교지부는 회의의 연속이다. (2)
교지부로 활동하던 중 가장 '악몽'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인터뷰를 위해 무서운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도, 다가오는 마감일에 서둘러 기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회의를 위해 선배님께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아닌 기사가 폐기되는 것이었다. 그래. 기사가 엎어졌다. 그것도 3차례나. 3차례나 나는 기사를 새로 작성해야 했다.
기사라는 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기사를 쓰다 보면 자신의 주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 기사가 되더라도 이미 한 번 쓰기 시작한 기사에 애착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사는 나의 자부심이기에, 누군가가 피드백을 주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기도 한다. 참고로 피드백은 같은 팀원보다 다른 부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은데, 그들이 좀 더 기사를 객관적으로 봐주기 때문이다.
기사 다시 써야 할 갓 같은데?
기사가 폐기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불가항력으로 기사를 완성하지 못하여 기획 자체가 삭제되는 경우, 두 번째는 학교에서 발행하기에는 부적절한 경우, 마지막으로 기사의 내용이 너무 원론적인 경우이다. 우리 팀의 경우에는 세 번째 이유 때문에 주제가 여러 번 바뀌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다른 팀의 경우에는 첫 번째 이유로 아예 기획 자체를 교지에 싣지 못했다. (정말 개인적인 이유여서 적지 못한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새로 기획을 정해야 하는 일은 빈번하다고 말을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리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분명 동아리를 하는 시간 동안 한 팀 이상은 기획 단계가 여러 번 바뀔 것이다.
교지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화제가 된 사건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사건이 주제가 되고, 역사적으로 기념적인 해라면 그것 또한 주제가 된다. 다만, 그 주제가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어느 한쪽 '견해'로 치우칠 수 있는 주제-이 존재한다면 기사를 쓰는 것에 (선생님들과 동아리원들의) 반대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재작년(2022년) 교지의 특집기사 주제는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이었다. 선배님들은 '너무 러시아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흐를까 봐' 선생님들께서 반대하셨다며 모든 기사를 쓸 때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셨다. (이건 진짜 중요한 팁이다!!)
위의 유의사항(적정한 선을 지킬 수 있는 것,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여 우리가 정한 주제는, 2023년 화제성이 가장 컸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였다. 물론 '더 글로리' 자체가 주제였던 것은 아니고, '더 글로리'와 학교폭력을 엮어 기사를 쓰기로 결정했다. (음... 잠깐 사담을 말해보자면, 막상 우리 팀에는 더 글로리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많고 많은 학생들 중에서 드라마를 보지 않은 학생 4명 중 3명이 우리 팀이었던 것이다.)
매끄럽게 흘러간 기획 단계와 다르게 완성된 기사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로 3가지 파트가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을 주었고, 두 번째로 기사의 내용이 너무 '뻔했다.' (유식하게 원론적이라고들 말하지~) 학교폭력이란 주제는 짧게 3달에 1,2번 1년에 5,6번 교육을 받는 탓에 학생들에게 숨 쉬듯(!!) 익숙하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상식'으로 취급받기에 '과연 이 기사를 쓰는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이 우리에게 내려졌다. 열심히 기사를 쓴 만큼 끝까지 이 기사를 밀고 나가고자 했지만 결국 주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2023년은 아시안 게임으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해였다. 이 열기를 이어가고자 우린 다음 주제를 '스포츠와 사회'로 정했다. 이마저도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때까지의 우리는 다시 기사를 작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 기사에 비해 조금 더 정성을 들여 쓴 기사는 '아시안 게임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피드백과 함께 폐기되었다. (팀원들과의 회의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기사가 작성되고 폐기되었으며, 최종적으로 동아리 부원들의 피드백으로 인해 완전히 폐기되었다.)
이렇게 정처 없이 방랑하던 우리가 정착한 것은 '스포츠 리그'였다. (우리나라 야구가 주제였다.) 이마저도 내 기사는 글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함께 싣지는 못했지만, 최종 담당자(책임자)가 나였던 덕분에 조금이나마 내 몫이 들어가기는 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다사다난한 기사는 처음이었다.
음... 기사가 폐기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기사가 폐기된 건 당신 탓이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자신의 탓 때문에 기사가 폐기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때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기사가 폐기되었더라도 기사를 삭제하지 말길 바란다. 열심히 쓴 기사, 애틋한 기사이지 않은가. 매정하게 제거해 버리지 많고 따로 파일이라도 만들어 보관하면 다른 기사를 쓸 때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한번 기사가 폐기되니 다른 기사를 더 열심히 매달려 기사를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