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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Sep 18. 2024

북방 이야기 : 암살 2

[소설]북방 이야기


“주인님… 저는 천한 몸종…”


“아니, 너는 이 나라에 정점에 선 권력자를 몸을 던져 구한 나의 은인이다. 그리고… 전에 말했다시피 차라리 너라면 우리 가문의 위세는 조금 떨어질지언정 정치적으로는 환영받을 일이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넘어서서… 나는 네가 좋다. 그 이유로 같이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부족한 이유더냐?”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그에게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속에서는… 강하게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억눌렀다. 나에게는 아직 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으니깐… 나는 결국 그에게 하루만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조직은 나를 찾아왔다.


“내가 여기에 투입된 이유는 얼굴 때문이었습니까?”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그렇게 많이 닮지는 않았다. 그가 너에게 모친의 연민을 가지기에 그리 보이는 것이겠지.”


“청혼을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변한 건 없다. 그의 곁에서 대기하고 명령을 기다려라. 그렇다면, 몸종보다는 아내가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 좋은 상황이다.”


의외로 그들은 흔쾌히 그것을 동의했다. 나는 그것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 그의 아내가 되어서 언젠가 내려질 제거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라는 것인가? 그런, 인륜도 저버린 암살을 나에게 강요하는 너희들은… 과연 얼마나 그렇게 정당한 건가? 내 안에 미묘한 감정의 표류가 일어났다. 하지만, 일단 답변은 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다음날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응? 누가… 어? 네가 여기에 왜? 어? 어어어… 지금 뭐하는…”


그는 그의 침실에 들어와 옷을 벗은 나를 보며 시선을 돌렸다. 몸종의 몸을 보는 것 그리 지탄받을 것도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나에 대한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붕대를 감고 있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을 참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겨서 말했다.


“이것이… 제 대답입니다.”


“아아… 그래. 고맙다. 아니, 이제 하대하면 안되겠구나. 너는 나의 아내이니… 고맙소. 내 당신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소. 맹세하오.”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천한 출신도 모르는 몸종을 첩도 아닌 아내로 삼았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많은 말들을 낳았다. 일부 가문들은 그런 그의 행동에 대해 반발하여 그와 다른 당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의 가문과 그의 정치적 입지가 다소 위축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어차피, 다들 권신이던 내게 먹잇감을 노리는 속물들이오. 차라리 잘됐소. 나는 더 이상 예전에 우리 가문이 저질렀던 것 같은 세도 정치를 부리지 않을 것이오. 천출이어도 나에게 도리어 귀감이 되던 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관료가 되어, 황제폐하를 모시고, 백성들을 보살피며 나라를 지킬 것이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더는 나 자신을 속이지 말자. 그에 대한 이 마음은 거짓없는 진심이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언제 그를 제거하라는 명을 내릴지 모른다. 그들이 바라는 정치적 적기가 과연 언제일까? 무도한 권신으로 권력을 휘두를 때? 아니면 훌룡한 능신으로 나라를 든든하게 만들 때?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올 지령, 그리고 그것을 내가 거부하게 될 그런 날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기를 바라며 그에게 말했다.


“네… 하지만 부디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항상, 저의 곁에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는 그가 약속한대로 정말로 백성들을 생각하는 훌룡한 재상이 되어 활약하였다. 한때 명문 세도가문의 후계자로서, 그들의 선조를 능가하는 세도를 저지를 자질과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와 무색한 그의 행보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런 그의 행보는 많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와 반대로 많은 관료와 귀족들의 적을 만들었다.


“미안하오. 아이를 가져 몸도 무거운데 하인들을 다들 내보내서…”


“아니에요. 다 상공께서 발의하신 무고한 노비를 면천한다는 시행령에 의한 것, 모범을 보이실 수 밖에 없으셨겠죠. 저는 힘들지 않아요. 그러니 다들 고생한 하인들에게 넉넉히 노자를 줘서 보내세요. 설령 몸이 힘들어도 저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아직 아닙니까?”


“아니다. 대기하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아이를 낳고 얼마 후 그는 정치적인 큰 위기에 봉착했다.


“장강 이남의 조정의 토지에 대한 지주들의 무단 점유를 막고 그걸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이… 큰 문제에 직면했소. 반대하는 자들은 그것에 대해 동의하는 조건으로, 대신 내가 가문의 당주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더군. 더는, 나를 그들의 대표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나는… 이 가문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여전히 정치에 대한 것은 판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가진 직위가 적다면 그런 정치적 적기가 오는 것도 다소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저는… 당신의 집안을 보고 혼인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보고 혼인하였습니다. 당신도… 집안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삶에 당당해지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라 그대의 아내로 남고 싶습니다.”


그는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는 며칠 후 가문의 당주 자리를 포기하고 원로로 물러난다는 발표를 했고, 백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면서 까지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여준 그에게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다. 그리고 그날 밤도 그들이 왔다.


“아직 아닙니까?”


“아니다. 대기하라.”


왠지 모르게… 그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기를 바랬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황실에 변란이 벌어졌다. 그의 가문에서 지지하는 왕자가 무단으로 황위를 갈취했다. 그는… 그에 대해 가문과 권력의 대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황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대역 죄인은 오라를 받으라.”


“오라라니… 대역 죄인은 목에 칼을 씌워야 함이 맞지 않던가?”


“어… 하, 하지만 당신은…”


“시행하라. 법은 귀인을 가려서는 안되는 법이다. 부인… 부디 아이들을 잘 부탁하오. 응? 부인, 지금 뭐하시는…”


“귀양지로 따르겠습니다. 대역 죄인의 아내도 죄인입니다. 나도 칼을 씌우시오. 부군과 함께 하겠소.”


“그만두시오, 부인. 그대는 이런 고초를 같이 겪을 이유가…”


“당신이야 말로 저에게 잘보이시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 그만두세요. 저는 당신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가는 곳에 저도 갑니다. 내치시려면 이혼을 통고하시던가요.”


“부인…”


그렇게 귀양지로 우리는 함께 떠났다. 압송되는 길에 수많은 백성들이 그에게 동정하며 먹을 것을 보내고 압송에 항의하여, 새로운 정권에 골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귀양지의 밤에서 그들은 찾아왔다.


“아직 아닙니까?”


“아니다. 대기하라.”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만나는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그들은 나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그래… 이제야 그가 더 이상 정치적 입지로 인한 제거의 대상에서 벗어났구나. 나는 더 이상 그를 죽일 명령을 받을 일이 없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의 마음과 무관하게 야속하게 이별을 준비했다.


“그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소.”


귀양지에서 사면되고 복권된 이후에도 그는 어진 정책으로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예전에 으리으리한 저택 대신에 낡은 초가에서 살면서 임종에 임하면서도 초가의 밖에는 수만은 사람들이 그의 임종에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이 제 인생에 축복이었습니다. 부디… 다음 생에서도 함께…”


그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조용히 자듯이 숨을 거뒀다. 백성들의 통곡 소리가 수십리 밖에 울려퍼졌다. 나는… 그를 끌어안고 오열하였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처음 그를 죽이라는 명을 받고 와서, 일생 목숨을 노리다 어느새 죽지 않기를 바라던 나의 정인… 나는 일생동안 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그것이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안도했다. 나는 결국 암살자가 아닌 그의 아내로 남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동여를 대표하여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나는 눈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명성 덕분에 해외에서도 수많은 조문 사절이 왔다. 그런 와중에… 동여에서 왔다는 조문 사절, 동여의 재상 감진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얼어붙었다. 그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잠입을 명했던 조직의 수장… 그의 목소리다. 틀림없다. 나는 애써 평정을 가장했고, 그는 별다른 기색 없이 조문을 표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가 머무는 숙소로 잠입했다. 그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아, 오랜만이군. 그 동안 잘 지냈나?”


“수장님께… 예를 표합니다.”


“이제 와서 예는 무슨… 그보다는…”


그리고 그는 내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석가군의 당주 암살을 성공리에 마친 것 수고했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암살 성공이라뇨? 지금 제 남편을 말하시는 겁니까? 제 남편은 노환으로…”


“아니지. 아니지. 자네 남편이 아니지. 우리가 암살하려는 목표는 바로… 석가군의 당주였지, 자네의 남편이 아니었지. 큰 기대를 안했는데 참 잘해주었어. 이렇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다니…”


나는 더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해명을 해주십시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수가 없군요.”


그러자, 그는 웃으며 나에게 내가 생각치도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 그대로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석가군 당주의 암살이었어. 그대는 그것을 훌룡히 해냈지. 그에게 접근하여, 그의 마음을 빼앗고, 그와 사랑에 빠져서, 그가 더 이상 세상이 원하는 석가군 당주로서 남아 있지 않도록 그의 존재를 제거했어. 그대와 연인이 된 이후에 그는 더 이상 우리 동여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지.”


“지금 제가… 그를 망쳤다고 말하는 겁니까? 그는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명재상이었습니다.”


“그래 맞아. 그리고 동시에 제국의 경계를 장강방어선 이남 후퇴를 주장한, 우리에게 있어 참으로 이로운 존재였지. 사실 자네가 파견되기 전에는 동여는 위기에 처해 있었어. 늑대들의 공세로 인해 남쪽으로 밀려난 제국은 그 방어를 위해 의견이 둘로 갈라졌지. 하나는 더 영토를 잃기는 하지만 영향력을 유지하기 힘든 장강 이북을 포기하고, 장강 방어선을 근기로 국력을 재정비하자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그건 너무 소극적이니 늑대와 맞서는 대신에 동북 방면에 동여의 영역을 정벌하여 근거지를 확보하고 늑대들을 우회 공격하자는 의견이었지.


후자의 의견은 명백히 석가군의 의지였어. 이 의견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신권 조직과 고도로 훈련된 군벌과 예하 병사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엄청난 비용과 백성들의 고초가 요구되지. 한마디로… 백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욕나오는 정책이야. 하지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맞아. 장강 이남으로 후퇴하게 되면 더는 옛 영토에 영유권을 유지하지 못하지. 국가는 미래를 봐야 해. 지금은 다소 힘들지만 어떻게든 동부방면에 우회 공세를 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그대로 망해갈 따름이지. 그래서, 그런 백성들의 비난과 정계의 음해를 무릎쓰고 밀어붙일 조직은 석가군, 그리고 그 중심에 그대의 남편이 있었지.


그는 석가군 초대 당주 석목연의 환생이라는 소문을 들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정치적 모략과 기회를 잡는 일에 능한 사람이었어. 그래서… 이미 그 젊은 나이에 동북방면 공세의 강력한 추진을 할 여건을 다 마련해 두었지. 그것은 우리 동여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었어. 이미 상당한 영역을 제국에 넘긴 우리 입장에서는 그가 전선에 나오면 더는 국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의 암살을 준비했지. 직접적으로 그를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그가 정치적으로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무력한 존재로 거세하기 위한 암살을 말이야.


다행스럽게도 그는 묘한 모친에 대한 애증이 있고, 의외로 타인의 칭찬에 약한 사람이라는 분석이 나왔지. 그래서… 우리는 그대를 엄선했어. 그리고 교육시켰지. 비정한 정치가의 입장이 아닌 식견이 얇은 백성의 관점에서 그에게 바라는 바를 말하도록 말이야. 그러면, 그가 그대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만족과 도취를 위해 그가 택해야 할 비정한 강경 대외 정책이 아닌 온화한 정책으로 입장을 선회하리라 여겼지. 그것이 바로… 우리 동여를 노리는 석가군 당주의 정치적 암살 계획이었어. 큰 기대를 안했는데 그대는 너무 잘해주었어.


그는… 그대에게 푹 빠져서, 그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늑대에게 당한 이후 제국이 수복해야 할 염원을 외면하고, 당장 눈앞에 민생에만 전념했지. 덕분에… 석가군의 당주 자리에서도 물러났지만 그건 그거대로 더 좋았어. 어차피, 그의 명성을 넘지 못하는 후임자들은 집안의 내분만 일으킬 뿐 적극적인 공세를 펼 여력을 못가졌거든. 그리고, 정치적으로 위대해진 선대 당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경거망동할 수가 없지. 지난 수십년… 그대는 석가군의 동북 우회 정벌을 막아내는 엄청난 업적을 만든거야. 대단하군.”


그의 말에… 나는 뒷걸음질 쳤다. 지금 내가 한 것이… 모두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정치적 암살이었다고? 결국, 나는 그 긴 시간동안 그가 했어야 할 정치적 역량을… 어이없이 죽여 없앤 것이다. 이미, 나는 명령과 무관하게 그를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기억이 하나 둘 떠올랐다.


“전매를 하는 대신 백성들에게 나눠주죠.” 그건, 국가의 세입을 줄였던 거야.


“혼인의 의사가 당분간은 없음을 표명하십시오.” 석가군은 그 일로 인해 혈연 동원 병력을 얻을 기회를 잃었어


“그래도 멸족을 하진 말아주십시오.” 관대하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공포가 사라지자 파벌들이 이탈하기 시작했지.


“모범을 보이실 수 밖에 없으셨겠죠.” 면천된 노비들은 가구를 이룰 때까지 바로 군역이 부과되지 않아. 결국, 그건 가문의 사병을 줄여 군사력의 약화만을 가져온 거야.


“그대의 아내로 남고 싶습니다.” 장강이남의 토지 분배가 이뤄지자, 안그래도 장강 이북에 넌더리를 내던 백성들이 대거 이남으로 도망쳤지. 이북에 공동화를 만들어 방어력을 약화시킨거야.


그것들은 장강방어선을 주장한다면 틀림없이 칭송받을 정책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것에 대해 가장 반대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폈어야 할 입장에 있던 그에게 있어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 모든 것은 전부 동여의 유리한 결과만을 가져왔다. 나는 그것을 영문도 모르고 그에게 사주해 왔던 것이다. 안돼… 이건 안돼. 그는… 그래서는 안됐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은 나를 위해 그런 정치적 우회를 해서는 안됐던거야. 그때였다.


“커헉!!!”


“안녕하세요? 저는 앞에 계신 감진 재상의 여식인 감서진이라 합니다. 그 동안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 노고를 치하하고자, 그대에게 딱 맞는 결말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천출로 태어나 명가에 아내가 되고, 일생을 명재상을 내조하며 헌신한 현모양처… 남편의 죽음 이후 그를 그리워 하다, 결국 모든 장례를 마치고 그를 만나고 싶어 스스로 결단을 내린 지극한 사랑… 뭐, 이 정도면 사람들이 상당히 좋아할 것 같은데요? 안그래요? 보내드리죠. 가서, 그를 다시 만나 살아 생전처럼 멍청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세요. 동여가 그대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크허허어억!!!”


숨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정말로 저 멀리 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목이 졸려 죽어가면서도 미소지었다. 저 멀리 보이는 그에게 지금도 그렇고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으니깐. 아아… 나의 사랑하는 그대여. 지금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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