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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Jan 17. 2024

17. 동네 도서관 독서동아리를 생각
하며

부제 : 영화 ‘크레센도’ 전쟁과 음악이야기

 나는 오늘 책을 읽고 토론하였던 도서관 독서동아리를 그만두게 되었다. 모임 이름은 ‘수요책갈피’였다. 만 2년, 4학기였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문학, 역사 등 모든 분야의 책을 골고루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 학기에 8권이니 모두 32권이 되는 셈이다. 그중에는 다 읽지 못한 책들도 있다. 내가 그만둔 동기는 내가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쟁여만 두고 못 읽기 때문이다. 소설 창작과 소설 분야의 전문적 책을 읽고 싶었다. 동아리 친구들이 많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질 것이다. 개성 있는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늦게 합류한 홍선생의 삶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황해도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압록강을 건너 남으로 왔다. 지금은 76세, 그녀의 기적 같은 삶은 우리의 역사였다. 

 

 책의 선정은 우리들이 먼저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고 투표로 결정한다. 

 그중에서 ‘소크라테스의 익스프레스 (철학자의 특급열차)’를 감명 깊게 읽었다. 주요 철학자들과 그들의 핵심 사상들을 소재로 엮어진 책이다. 그 책에는 14명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깊은 사상을 접하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부족하기에, 우리들은 각자 확장 공부를 하여 가져온다. 우리들의 생각은 더 깊어만 가고 개인에서 우리와 세계로 사유는 넓어진다.   

 니체는 왜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가? 준비한 나는 우리 안의 욕망과 시기와 질투, 악과 가치관의 충돌 등이 니체가 말한 신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톨스토이 문학으로 증명해 나간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성공만을 향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왔던 이반이 자기 삶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함께 한다. 톨스토이만의 주제가 아니라 현재 당면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이러한 삶을 나름 정리하고 토론한 후에는 그 분야에 자신이 생기고 바로 힘차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쾌락을 억제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행복해야 쾌락을 억제할 수 있다.’라는 말도 가슴에 남는다. 행복해야 오랫동안 우리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에게는 마약 같은 순간의 쾌락을 뛰어넘을 영원한 행복이 필요하다. 철학자들은 고뇌하면서 성장하고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달래 보고 하였다. 그들은 삶이라는 현실 앞에 무력하지 않고 용기 내어 도전하고 부조리한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분노한다. 우리 삶에는 절대적으로 용기가 필요하다. 몇 철학자들은 첫 번 사상과 다르게 변모한 철학자도 있었다. 철학자라고 해서 변하지 말고 한 것만 계속 지향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한쪽을 지지하다가 다른 쪽을 엿보게 된다. 양쪽을 겪어본 사람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초창기에는 부정적으로 세상을 본 철학자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사고가 바뀌면서 그들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생각하고 바로 행동해요.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오늘 크레센도 영화를 볼 거예요. 평화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악영화니까 같이 갑시다.”

 독서동아리 이선생이 나에게 말했다. 그는 열심히 일을 해서 여행도 제일 많이 다닌다. 이 시대에 사그라지는 한문 붓글씨를 쓴다니, 참 고상한 인품이고, 글씨 또한 일품이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말했다. 온(溫)이 따뜻할 온이 아니고 익힐 온이라는 것을. 우리는 옛 것을 익혀 새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옛것이 없는 새 것은 뿌리가 없다는 것을. 그의 빠른 행동과 한자붓글씨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말씨도 굉장히 빠르다. 붓글씨와 크레센도, 너무 맞지 않아 오히려 미소 짓게 만든다. 우리는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의 제목 ‘크레센도’는 ‘점점 빠르게’라는 음악적 악상기호이기도 하다. 임윤찬과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참석했던 모두의 이야기이다. 국적도 각각이다. 피아니스트의 주변인물과 그들의 고난과 인생을 음악으로 품은 영화이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가 생각난다. 넓은 평야에 노란 해바라기가 가득 차있다. 세계의 곡창지인 우크라이나 평원이다. 영화의 내용은 ‘전쟁이 갈라놓은 꽃 피우지 못한 청춘’ 이야기였다. 그때는 세계 2차 대전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이다. 2차 대전 이후 우리는 6.25를 겪었고 나라는 둘로 나뉘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영화 ost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우리들의 소중한 삶도, 그 아름답고 넓은 해바라기 평원도 전쟁 앞에서는 모두 무력하다. 


 콩쿠르에 임윤찬 외에 한국 피아니스트 네 명이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전에 우승한 한국의 선우예권은 이 대회 후부터는 다른 콩쿠르 참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크레센도에는 임윤찬과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와 상황, 조국과 가정 이야기가 있다. 입상자 세 명을 제외하고 차례로 탈락하게 된다. 어떤 이는 올라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어 슬프다고 했다. 탈락 후 수영하는 이들과 연못에서 배 타고 노는 이도 있었고, 그들이 각각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은 것은 예술가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2위 한 러시아의 안나는 둘째를 임신한 지 6개월이라고 한다. 그 몸으로 콩쿠르에 도전했다니 여전사이다. 그러나 그는 항상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아노로 전했다. 전쟁 중에 임신하고 도전하고 정신력이 대단하다. 러시아의 예술과 문화는 다 어디에 숨었는가?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 톨스토이의 고상한 사상은 다 어디에서 뭐 하는가?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한가 보다. 


 3위 한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는 안나 하고 대화도 잘 나누었다. 서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드미트로는 이 경연이 끝나면 전쟁터 어디서나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달려가서 연주할 것이라 한다. 그들의 가족들은 전쟁 중에 있고, 현재는 피아노를 즐기는 음악가들이지만 대회가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서로 적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피아노로 말하고 평화를 전하고 위로받고 살 것이다.  


 이런 전쟁 중에도 우리는 음악이 필요하다. 숨을 내쉬고 잠시 하늘을 본다. 이 지구촌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어디에 선가는 평화와 사랑도 끊이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며 연주했냐는 기자의 말에 임윤찬이 말했다.

 “매 경연마다 작곡가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잘 전달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이 세상에 진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진짜라고 생각해서 음악을 한다.” 

 깊이 있는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안나는 지금쯤 두 아이와 함께 할 것이고, 드미트로는 전쟁터에서 연주할 수도 있다. 지구촌에는 극과 극이 싸우고 공존하기도 한다. 전쟁이 빨리 끝나고 서로 일상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괴로울 때는 음악을 들어보자. 음악은 치유이고 위로, 사랑, 평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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