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쯤은 어머니가 오신다. 남자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집안일을 똑바로 못하니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찾아오신다. 나는 15살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은 일찍 이혼하셔서 나를 잘 돌보지 못했고, 그래서 나에게 다른 부모들처럼 챙겨주거나 사랑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보상을 해주려 하시는 것 같다. 혹은 자신 스스로의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지도.
아무튼 어머님이 오시면 집안 대청소가 시작된다. 이불 빨래부터 시작해서 주방 청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주방 가전제품들은 분해 조립 당하는 것 같아 보인다.
결혼을 하면서 가전제품이 많이 생겼다. 아내의 가전제품 욕심도 있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한 좋은 기능을 가진 제품들을 사용한다는 것. 육아도 힘든데 가사의 노동 감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굳이 안쓸이유가 없었다. 식기세척기, 음식물을 분쇄 건조 해서 배수구에 바로 흘려버리는 기계, 싱크대에서 나오는 수돗물 바로 정수해 주는 기계등. 아주 좋은 기능들을 가진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기계들이 주는 편리함은 고장이 생길 경우 문제가 커진다. 그 문제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마음 가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같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들, 물이 잘 안 내려가. 어? 음식물이 안 갈려. 고장 났나 봐."
어머니가 투정 부리듯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싱크대 앞에서 천천히 빠지는 물에다가 손을 휘젓고 있었다.
"고장 났나 보지. 서비스 센터에 예약해 둘게."
어머니의 의미 없는 손동작을 보면서 싱크대 옆 얼음 정수기에서 얼음을 받으며 대답했다. 갑자기 어머니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냉장 기능이 약해진 것 같다는 등, 세탁물이 잘 안 빨리는 것 같다는 등.
"마음 같아서는 가전제품 싹 다 바꾸고, 인테리어도 바꾸고 싶어. 아우! 로또라도 살까?"
약간 씩씩 거리면서 까지 이야기하셨다. 그런 어머니에 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절에 들어가셔. 무소유의 삶을 사셔야겠네. 예전에는 없이도 잘살았잖아. 이제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고 살다 보니, 조금만 불편해지면 근심과 불평의 짜증이 생기지? 아무것도 없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어. 안 그래? 가진 게 없으면 화도 안 생기겠네."
그 소리를 들으시더니 머쓱하신 듯 나를 살짝 째려보고는 돌아서서 냉장고 쪽으로 가셨다.
사람은 욕심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고, 소유하고 나면 가진 것 때문에 한 번 더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