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수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떠나기 전 내비게이션을 통해 미리 운전 시간을 검색해 보니 3시간 50분.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고 숙소를 찾아 들어가면 5시간을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을 했다. 5시간 운전을 할 생각을 하니 출발 전부터 지치는 것 같았다. 출발과 함께 쭉쭉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는 얼마 달리지 못하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추석이 바로 다가오는 주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교통량이었다. 그렇게 기어가다가 조금 달리다가를 반복하면서 여수에 잡아둔 숙소에 도착했다.
미리 생각해 놓은 여행 계획대로 움직였다. 숙소 도착 후 요트투어 예약 시간까지 2시간이 비었다.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고 여수 바다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날씨가 아직은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무지 더웠다. 그리고 케이블카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꼼짝없이 찜통 속에서 구경을 할 줄 알았지만, 역시 바다와 인접한 도시여서 그런지 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었다. 바닷가의 바람은 약간의 짠내음과 찐득거림을 느끼게 해 주었다. 충청도 촌놈이었던 우리는 약간의 적응이 필요했다. 그러나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여수의 바다와 도시는 우리 고향에서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으로 금세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서해에서 볼 수 없는 푸른 바다와 바로 인접하게 있는 멋진 도시 풍경은 우리들에게는 이색적인 멋으로 느껴졌다.
요트 투어 시간이 되어서 노을 지는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찍기가 아주 좋은 멋진 노을과 푸른 바다. 우리 셋은 많은 사진을 남겼다. 잠시 후, 우리는 서로 대화 없이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빠지기도 했다. 요트에 탄 모든 사람도 노을이 새 빨간색으로 바다를 비출 때는 조용했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그런 빨간 노을 그리고 푸른 여수 바다.
마지막은 바로 여수의 낭만포차를 향했다. 낭만포차를 갈 때는 택시를 타고 이용했다. 금주중이지만, 여행지에서는 맛난 지역 음식과 함께 살짝 취기에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였다. 아들 녀석이 술 마신다고 투덜거리며 잔소리를 했지만, 무시하고 4층 높이의 포차건물로 들어섰다. 낚지 탕탕이, 모둠회, 딱 새우회를 푸짐하게 시켜서 먹으면서 여수 밤바다와 낭만 포차거리를 바라보았다. 왜 여수 밤바다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멀리 보이는 야경.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 주니 고생해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식당 포차는 잠시 불을 꺼주어서 야경을 더 멋지게 즐길 수도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소주 한잔과 회 한 점을 먹을 때였다.
"아빠, 나 엄마가 필요해."
"??"
눈이 동그래져서 딸을 쳐다보았다. 딸은 엄마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2차 성징을 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바로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여자들 만의 데이트를 하면서 나하고 하지 못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학창 시절에 새엄마와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더 늦으면 그런 순간이 없을 것 같다는 것. 3가지 정도를 이야기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충분히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딸아이가 아빠라는 남성에게 창피해서 물어보지 못하는 것도 있을 테고, 공감을 얻기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서는 소통의 문제가 가장 클 것이라는 생각. 여자 언어와 남자언어가 따로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내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수 없는 거 아닌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주세요!"
완전 미친놈이지 않은가. 씁쓸하지만, 일하고 돌아와서 또 집안일하면서 운동도 해야 하고 틈틈이 이렇게 글도 써야 한다. 이것저것 다 하다 보면 사람을 아니 여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 솔직히 연예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기가 싫다. 아이들 챙기고 나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아직 건강하고 젊다면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여성을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내 삶에 들인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잠시 동안 딸과 새엄마의 유무?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답답했다. 지금 아빠의 마음과 현실에 여유가 없는데 우리 딸은 보채기를 시작하다니. 우리 딸의 부탁이면 모두 싫은 척, 못 이기는 척 다 해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술이 달아야 하는데 씁쓸했다. 조금씩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소리를 질렀다.
"너도 노력을 좀 해~!"
우리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나 있을까? 나처럼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로 나와 아이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