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몸에 배어버린 습관 때문에 아내를 불러본다.
혼자서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 아내가 없으면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
"여보~~~~!!"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보며 큰일을 보다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을 때, 문을 벌컥 열면서 말한다.
"여보! 이거! 봐! 봐!"
퇴근을 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하는 말.
"나왔어~! 여보~!"
아이들이 잠들고 외로운 밤이 찾아오면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며, 소주 한잔 기울여 본다. 언제나 마주 앉아서 재미없는 내 회사생활 이야기를 들어주던 아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술에 취해 불러본다.
"여보..."
대답 없는 아내를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불러본다. 대답을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뇌에서는 반사적으로 입을 통해 부르고 있다.
나의 11년 동안 가장 많이 부른 사람은 나의 아내. 내 마음과 머릿속에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 역시 아내. 이제는 볼 수 없고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습관이란 게 쉽게 바꿀 수 없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아내를 부르지는 앉지만, 아직도 종종 아내를 찾을 때가 있다.
이제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혼자서 우리 가정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슬픔 때문에 괴로워하는 시간을 자꾸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내의 생각을 그만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그 이유 때문인지 대답을 듣지 못할걸 알면서 아내를 불러본다.
이별을 하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내 마음과 몸 모두가 당신에게 물들어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