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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호빗 Oct 17. 2023

아무 일도 없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 마주한 밤에.. 나오는 한 마디..

 나는 감사 일기라는 것을 쓰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호의에 익숙해지면 권리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느 밤, 두 아이가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똑같은 자세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가 떠난 후, 안방에서 잠을 자기 싫어진 나는 거실에서 접이식 얇은 매트리스를 피고 잠을 잔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은 무섭다는 이유로 꼭 내 옆에서 자려고 한다. 그 와중에 6학년 짜리 딸도 일찍 잠들기 싫을 때면 거실로 나와 조용히 틀어진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이렇게 우리 셋은 거실에서 다 같이 잠을 청할 때가 많은데, 이날 잠든 두 아이의 모습을 보니 자세가 똑같아서 엄빠 미소가 나왔던 것이다.     


 아이들 잠을 자라고 나지막하게 볼륨을 낮춘 TV소리와 거실의 노란 조명등이 밝힌 넓은 거실에서 얇은 매트리스를 피고 잠든 두 아이 옆에서 나는 조용히 감사 일기를 쓸 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한 줄을 적었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아무 일이라는 것은 사건, 사고를 뜻하는 언어다. 우리 가족 중 한 명도 마음에 상처 없이, 몸에도 아픈 곳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 같이 모여 잠들 수 있음을 비유하는 뜻.

“아무 일도 없음.”     

 화목한 평범한 가족에게는 항상 당연한 일일수도 있고, 바쁘신 부모님을 둔 가정은 아이들끼리 먼저 잠들 수도 있으며, 싸움이 잦은 가정 안의 아이는 부모의 싸우는 소리를 듣고 울면서 잠들 수도 있다. 모든 가정의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밤의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고 흐르고 있지만, 꼭 행복하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지는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도 아내가 없는 삶 속에서 아직 셋이서 살아가면서 아내의 빈자리를 셋이서 나누어 채우려 하는 일 때문에 많은 문제가 많았다. 매번 나의 퇴근 후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엄마가 챙겨줬던 부분을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어색함과 아직 연습이 많이 필요한 집안일들. 그리고 나는 나대로 부족한 집안일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한 자책감과 스트레스. 그로 인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혹은 잠들고 나면 늦은 시간까지 마시는 술. 그런 악순환의 시간이 한참을 흘러갔다.      

 그러나 누가 만들어 낸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 되어갔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알아서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도와줄 수 있는 집안일도 도와주고 있다. 나 또한 집안일을 함에 있어서 노하우도 생기고 습관이 되니 점점 빨라지고 능숙해졌다. 그러면서 집안일하는 시간이 짧아지니 나만의 시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들이 생길 때면, 앞날의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감사 일기를 쓰는 것. 새벽 운동은 꼭 하는 것. 등의 하루 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서 보내고 있다. 이 리스트 중 마지막, 잠들기 직전에 하는 것이 감사일기를 쓰는 것. 이 글도 잠들기 전에 쓰는 것인데 옆에서 정해진 시간에 잠들기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또 위에 글귀를 쓴다.           



“아무 일도 없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라고...


모두가 잠든 밤 가족들 얼굴을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생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정말, 입에서 위의 한 마디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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