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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Oct 17. 2023

도로 틈새에 피어난 잡초 하나.

버티고 견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새벽 6시에 오픈하는 헬스장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던 길이었다. 우연히 바닥을 바라보고 걷다가 아파트 입구 차단기 앞에서 도로 틈새에 피어나 있는 잡초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진까지 찍게 되었다.      


 그냥.. 왜인지 모르게 나와 같다는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왜 하필 그 위험한 곳에서 자라서 위태롭게 있는 것인지.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게 외롭게 보이는 모습이 지금의 나의 외로움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엄빠가 된 이후로 사람들과의 연락이 많이도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연관된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가끔 술에 취해 내가 투정 부리던 친구와 주위 사람들. 처음에는 안쓰럽게 받아주던 전화도 점점 피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이제는 일부러 전화번호를 3분의 2 정도는 지워 버렸다. 아예 먼저 연락이 오기 전에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점점 내가 나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관계로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진 것 같다. 일과 집안일까지 하려니 체력과 정신력이 버티질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아직, 사진 속에 있는 작은 잡초처럼 초등학생 아이들은 나의 손길을 너무도 필요로 하는 꼬맹이들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솔직히 어리지만 아이들끼리 지내도록 해야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엄빠로서의 자격지심 인지, 책임감 때문이지 모르겠다. 왜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도 답답할 마음이다.     

 

 나의 막막하고 걱정스러운 모습, 그리고 혼자 도로 틈새에 피어있는 잡초를 보면서 지금의 나와 너무도 같은 모습인 것 같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생각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저 녀석처럼 버티고 견뎌보자. 어떤 일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멋진 햇살을 받으며 잘 자랄 수  있을 테니. 혹여 비바람에 무너진다 해도 사람에게 밟힌다 해도. 일단은 견디는 것도 방법이다.”     


 


 오히려 격하게 움직일 때 보다 잠시 멈춰 있을 때 오히려 길을 찾는다고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잠시 멈추고 견디는 것도 인생 중 잠시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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