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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Jan 09. 2024

딸의 중학교 교복 맞추는 날.

“아빠! 아빠! 퇴근해야 돼. 나 교복 맞추러 가야 된다는데? 친구들 다들 오늘 간데.”

갑자기 전화를 하고선 다짜고짜 대단히 신난 듯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큰딸의 전화였다. 

“아빠가 갑자기 퇴근하라면 그냥 갈 수가 있는 게 아니잖아. 주말에 가도 될걸?”

“아니야! 오늘 꼭 맞춰야 해!”

우리 딸의 성격은 한마디로 요즘 말하는 극 ENFP 유형이다. 잔뜩 흥분한 딸에게 차분히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알아보고 다시 전화 줄게. 기다려봐.”     


 전화를 끊고 학교에서 보내온 알림장을 보니 주말에 가서 맞춰도 되는 한참 남은 기한인데, 오늘이 자기가 가야 하는 중학교 교복 맞추는 날짜의 첫날이었다. 아주 성격이 급한 우리 딸은 빨리 맞추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분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퇴근 후 가도 늦지 않는지 확인을 해보니 퇴근하고 가도 시간이 괜찮은 것을 확인 후 전화를 걸었다. 


“아빠 퇴근 후 바로 가도 되니까 전화하면 밑으로 내려와.”

“응! 응! 알겠어! 빨리 와!”     

 퇴근을 하고 딸과 함께 교복을 맞추러 가는데 날씨는 도와주질 않는다.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 지정된 교복점이 복잡한 골목에 있다니, 밤눈이 어두운 나는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로 조심히 운전 중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머가 그리 신났는지 흥얼거리며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내비게이션의 안내 종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왔다. 내려.”     

 교복점으로 들어서니 학부모와 아이들이 한가득 이었다. 같은 중학교 가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같은 초등학교 부모 친구들. 그래서 어색하게 부모들 간의 인사와 아이들과의 인사가 끝나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다.      


 ‘와.. 요즘 아이들 성장이 빠르구나.. ’

키가 호빗인 나는 아이들의 키 높이에 놀라 있었다. 그때쯤 우리 차례가 다가오고 딸의 교복을 입어보고 나온 모습을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을 애기띠 하고 놀러 다닌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중학생 교복을 맞추다니. 약간은 어색하지만 이제는 요즘말로 잼민 이를 벗어난 교복 입은 모습을 보니 흐뭇해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이 물어보았다. 

“아빠, 졸업식날 올 수 있어?” 

“응, 가야지.” (졸업식 보고, 용돈을 쥐어주곤 다시 일을 하러 갈 생각이었다.)

“졸업식 끝나고, 엄마 보러 가자.”     

아내가 있는 납골당에 가서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엄마, 나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 돼요. 잘 크고 있어요. 이쁘죠?”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대답을 했다. 

“아빠, 휴가 내고 다녀오자.”     

아내에게 가서 나도 한마디 해야겠다. 

“항상 덜렁 거리는 성격에 잦은 사고가 많은 우리 딸, 사춘기가 빨리 와서 감정이 급변해서 맞추기 힘든 딸, 정신없이 웃음이 너무 많아 눈치 없는 우리 딸, 그래도. 잘 크고 있지? 나 잘하고 있지?”라고..


          


 항상 곁에 있다 보니 언제 이만큼 성장하고 생각이 깊어졌는지 몰랐다. 그래서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는가 보다. “네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내 눈에는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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