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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Aug 31. 2024

[사무관 승진] 서열 후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인천교육청의 경우, 사무관 승진 심사를 위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서 서열명부는 무려 40점을 차지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어제오늘 사이에 컨설팅 계획에 갑작스러운 차질이 생겼다.

대상자가 참여 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그것도 두 명이나.

결과적으로 다음 주 컨설팅은 세 명만 참여하게 되었다.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컨설팅의 참여 의지, 나아가서 승진에 대한 의욕을 크게 좌절시킨 근원은 서열명부였다.


인천교육청 일반직 공무원의 근무평정은 6개월 단위로 시행한다.

그때마다 교육청은 6급 이상의 승진 서열 명부를 조정하고, 발표한다.

그래서 발표 시기인 2월과 8월 초에는 승진 대상자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순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몹시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했다.

불과 3년 전 일이다.


승진 시험을 처음 치를 때부터 세 번 까지는 순위가 올라가기만 했지 뒤로 가는 일은 없었다.

세 번째 시험을 본 최종 서열은 6등, 

그러나 당시는 평가 점수 100점 만점 중 20점이다 보니, 승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필자는 직원들 대부분이 부담스러워하는 '학교 설립과'에서 10여 년에 걸쳐  근무하며 

간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승진 실패가 계속되고, 마침내는 3진 아웃에 처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아픔과 직면했다. 

그야말로 우울했고, 매일매일 순간순간마다 자신을 한탄했으며, 

'나는 이 사회의 패배자다'라며 스스로 침몰해 갔다. 


그럼에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개인적 역량을 높이고자 부단히 애쓰며 본청에서 5년을 버틴다.

이 시기에 근로자 노무 업무와 산업 안전보건 업무를 경험했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니, 너무도 소중했던 시간이다. 

일반직으로서 노무와 산업안전 두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린 사람은 나뿐이다. 


사무관 승진을 위해 기다리고 기다렸던 네 번째 마지막 시험, 

마침내 2021년 상반기 서열명부에서 서광이 비쳤다. 

6급 서열 명부 19등,

근평을 좋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남았으니, 10등 안쪽에서 시험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교육청 신설 부서, 직원들 간 첨예한 이해관계로 한 발도 내딛기 어렵던 산업안전보건팀에서 사투를 이어갔다.

여러모로 버거운 현실이었다.


날이 갈수록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요구 수준은 높아가고, 반면 교육청의 인력과 재정은 교육 활동 지원이 우선이기 때문에 한계가 빠르게 닥쳤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의 안전과 보건을 조금이라도 향상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시간이 흘러 8월이 되었고, 교육청의 서열명부 발표가 있었다. 

충격! 좌절과 절망 그 자체였다.

서열이 뒤로 갔다. 

무려 11등이나, 

내 순위는 무려 30등이었다.


해석을 하자면, 현재의 제도에서 승진을 꿈꾸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발표된 서열은 어떤 경우에도 뒤집을 수 없다.

오전 내내, 거의 정신줄을 놓았다.

시험을 불과 두어 달 앞둔 사태, 이를 어찌할 것인가?


막막했다.

누구에게나 서열 후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필자의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처럼,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집중하자"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결단이지만, 운 좋게도 마음 정리를 잘 해냈다. 

그야말로 짧은 시간에 털어냈다.


그해 10월의 시험에서 30등의 서열이었지만, 나는 승진자 명부에 들었다.

응시자 45명 중 30등으로 하위 30% 수준이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낼 수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서열명부의 후진으로 고통스러운 좌절감에 빠져있는 동료가 있다면,

필자의 이야기에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찔했던 기억을 공유해 본다.

서열 후진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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