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dB)이 낮을수록 속삭이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가 있고, 데시벨이 클수록 차 경적 소리 같은 큰 소리만 들을 수 있다.
헤르츠(Hz) 휘파람 소리, 전화벨 소리 등의 고주파 소리 / 오토바이 소리, 냉장고 소리 등의 저주파 소리를 나타낸다.
청력 상태에 따라서 경도부터 심도 난청으로 나뉘는데 그 단계를 간단히 설명해보면 이렇다.
정상청력(0~20dB)
-속삭이는 소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다.
-보통의 일상적인 대화에 지장이 없다.
경도난청(21~40dB)
-속삭이는 소리, 작은 말소리 및 먼 거리의 소리를 놓칠 수 있다.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를 놓칠 수 있다.
-여러 사람과의 대화 시 청취가 어려울 수 있다.
중도난청(41~55dB)
-가까운 곳의 대화나 청취는 가능하나 먼 거리의 대화는 놓칠 수 있다.
-고주파 난청의 경우 ㅅ, ㅈ, ㅆ, ㅉ 청취가 어렵다.
중고도난청(56~70dB)
-보통 대화 수준의 말소리를 잘 못 듣는다.
-큰 소리로 말을 해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고,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모음 식별은 문제가 없으나 자음 식별은 어렵다.
고도난청(71~90dB)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은 매우 큰 소리에만 반응하며 어음 이해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을 겨우 들을 수 있다.
심도난청(91dB~)
-소리에 거의 반응이 없고 매우 큰 소리에서만 반응할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대화가 어렵다.
6단계 중에 나는 이미 86데시벨로 고도난청에 속해있었고 고주파가 거의 죽어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뒤에서 오는 차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고, 와우를 착용한 지금도 뒤에서 오는 자동차 소리는 식별이 어렵다. 와우는 온갖 소리를 똑같은 크기로 출력해서 신경으로 보내거니와 무언가 큰소리가 나면 순간적으로 와우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가 죽는다. 야외에서는 각종 소리가 와우로 들어와서 가끔 뒤에 차가 오나? 하고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곤 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엄마와 길을 걸으면 뒤에서 오는 차로부터 엄마를 보호해줬다.
“엄마 차 와요~!”
보청기를 처음 맞출 당시에 나는 이미 고도난청이라서 내 상태에는 귓속형 보청기가 아니라 귀 밖으로 걸어야 하는 오픈형 귀걸이의 출력 상태가 나에게 더 맞았으나 나는 귓속형 보청기를 고집했다.
내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오픈하는 것도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남들 눈에 보이는 모습이 중요했기에 밖으로 보이지 않는 귓속형 보청기를 선택했다. 귓속형 보청기를 최대 출력으로 설정해서 착용하기로 했고 보청기 첫 착용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나의 첫 보청기. 2센치 크기의 나의 작은 귀
먼저 양쪽 귓구멍을 꽉 막는 답답함이 너무 낯설었고 보청기를 통해서 들어오는 음질은 내가 그동안 들었던 소리들하고 결이 달라 너무 어색했다. 남들 보기에 몸매가 정리되어 보이는 코르셋을 불편해도 착용해야 하는 심정으로 귀에 보청기를 넣는 짜증나면서도 안 할 수 없는 불편한 시간들이 지속되었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청각 보조장치이다. 그러니 보청기를 했다고 해서 안 들리던 말들이 또렷하게 들린다거나, 못 들었던 모든 소리들이 다 들리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를 착용했다고 듣기 수준이 월등하게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금물!
보청기 적응 기간을 거쳐 익숙해지니 이제는 착용하지 않으면 소리가 멀게 들리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 인간이란- 어쩜 이리 잘 적응하는가!
보청기를 착용하고 들었던 소리 중에 가스레인지를 켤 때 딸깍하는 소리에 놀랐다. 그동안 매일 아이들 이유식이며 주부 생활로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던 가스레인지가 켤때마다 이런 소리가 나는 줄 몰랐었던 나는 보청기로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와 세상에는 정말 많은 소리가 있구나!'
보청기 착용 전에는 공원이나 나무 밑에 가면 매미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들렸다. 즉, 매미 한 마리가 울고있는 듯한 소리랄까. 보청기 착용 후에는 여기저기서 매미소리가 동시에 들려서 소리가 정신없다는걸 체감했다. 와우를 한 현재는 집에 있어도 매미소리가 정신없이 들린다.
보청기 착용을 하지 않아도 불편하지만 괜찮아라고 말하며 지냈던 나의 삶에 소리가 입혀졌다. ‘우와..! 나 정말 답답하게 살았구나’ (이때만 해도 인공와우가 보청기를 뛰어넘는게 어느정도인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보청기로 듣는 소리도 신세계였기에!)
처음 보청기를 착용하고 들었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톤이 높아졌다 느껴졌고,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귓속을 날카롭게 간질였다.
내가 매일 듣던 기억 속의 목소리들이 몇 옥타브가 높아져 날카로워졌다. 아이는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것일텐데, 아이가 부르는 ‘엄마’가 가까이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잘 들려서 좋지만 날카로워서 듣고 싶지 않은 반대의 감정들이 동시에 생겼다. 더불어 증폭된 소리의 크기로 두통 동반도 세트였다.
처음 안경을 착용한 사람들처럼, 나갈때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집에서는 보청기를 빼고 생활하다가 점차 보청기를 착용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청기를 하고 더 작은 소리들에 반응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내 반경 몇 미터 밖의 소리들은 들리지 않았다.
보청기 전에는 아이 목소리가 볼륨 2로 들렸다면 보청기 후에는 아이 목소리가 볼륨 6으로 들리는 셈 (일반인들이 듣는 소리 볼륨이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정 거리 이상의 소리는 보청기로도 여전히 캐치가 어려웠지만 보청기 덕분에 내 주위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의 볼륨이 2에서 6으로 3배는 더 잘 들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