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배우는 중
‘이젠 알 만큼 안다.’
문득 그런 교만한 생각이 저를 덮칠 때가 있습니다. 나름의 경험과 반복된 선택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는 착각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쉽게 떠올리는 나이. 중년 아저씨 머릿속에 깔린 잠재의식의 유혹인듯 합니다.
According to Hoyle (어코딩 투 호일) - 정해진 규칙에 따라
Maverick (매버릭) - 기존의 틀을 따르지 않는 사람
‘According to Hoyle’. 18세기에 카드 게임 해설서를 펴낸 Edmond Hoyle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반면, 관행과 규칙을 거부한 사람의 이름에서 나온 표현도 있습니다. 19세기 텍사스의 정치인이자 목장주였던 Samuel A. Maverick은 자기 소들에게 낙인을 찍지 않았습니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소속’을 표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후 ‘Maverick’은 기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룰은 필요합니다. 질서, 안전, 또 효율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저 또한 그 룰을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 애썼고, 이제는 그 룰을 전수하는 나이와 위치에 와 있는 듯합니다.
문제는 그 룰이 절대적인 정답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생겨납니다. 겨우 몇십 년 쌓은 자신의 경험이 세상의 기준인 양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중년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래된 생각에 갇혀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배움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사고는 굳고 진정성 있는 대화는 줄어들며 고집과 불안이 내면을 채우게 됩니다. 몸은 걷고 있지만 정신은 주저앉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중년은 위기의 시기입니다. 그 위기를 '자각'하는 사람만이 다시 새로운 지적 모험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Hoyle처럼 내공을 쌓되, Maverick의 마음으로 삶을 그리고 싶습니다. 배움과 해체, 질서와 도전이 공존하는 삶, 익숙한 질서를 의심하고 낡은 원칙을 해체하며 그 속에서 나만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삶입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배우고 따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마저도 낡았다 느껴질 때는 과감히 무너뜨릴 줄 아는 용기를 기르려 합니다.
중년은 살아내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기인 듯합니다. 더 깊고 더 자유로운 나의 삶을 다시 설계하기 위해 오늘도 배움을 배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