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위에 남은 작은 온기
아침, 천흥저수지를 걸었다.
하얗게 내려앉은 눈 위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을 보았다.
조금은 삐뚤빼뚤한, 그러나 분명한 흔적.
누군가 이 길을 조용히, 조심스럽게 걸어간 것이다.
그 조그맣고 귀여운 발자국이 어찌나 예쁘던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눈 속을 걸어야 했던 고양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함께 스며들었다.
집 안 창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어야 할 생명들이 춥고 낯선 바깥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겨울, 그 아이들이 무사히 지나기를,
따뜻한 밥 한 끼와 바람을 막아줄 작은 틈이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길 위의 발자국은 어느새 바람에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 속엔 작고 따뜻한 불씨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눈 위의 발자국>
뽀이얀 눈 위에
작은 네 발자국
어디로 가는 길이니
혹시 나에게 오는 길이니
뽀이얀 눈 위에
예쁜 네 발자국
아프게 바라본다
누군가 널 기억하길
따뜻한 손이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