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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

엄마냥이의 당당한 걸음

by 김편선

천흥 저수지는 내가 매일 산책하듯 찾는 작은 쉼터다.



고요한 물결 위로 바람이 스치고,

가끔은 물고기를 노리는 왜가리도 보이고,

봄이 되니 물오리들의 날개짓이 더 힘차게 보인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옷차림도 얇아져 살랑살랑 봄이 느껴진다.



그러나...
내 마음을 가장 오래 붙잡는 건 바로 고양이들이다.



이곳엔 길고양이 가족들이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엄마냥이'는 단연 특별하다.
날카로운 눈빛과 도도한 걸음걸이,
그러면서도 아기 고양이들 곁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하다.



가끔 엄마냥이는 아기냥이들을 데리고 저수지 가장자리를 거닌다.
작은 몸들이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날이면 엄마냥이는 꼭 이런 표정을 짓는다.

‘얘가 내 새끼들이야. 정말 예쁘지 않니?’
세상 누구보다도 당당한 얼굴로 말이다.



어쩌면 그건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자랑스러움,
그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단단한 마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삶이
저수지 한켠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천흥 저수지에 간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10일 오전 11_37_2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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