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얘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아요.

마음으로까지는 아니어도 머리로는 이해하자.

by 김편선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날.



그날도 나는 주차를 하고, 주섬주섬 사료와 그릇을 챙겨 아이들 집 앞에 쭈그려 앉았다.

아이들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어느새 몰려들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익숙해져서 제법 가까이까지 온다.

내 손을 타지는 않지만 밥그릇 앞까지 와서는 빨리 달라고 눈짓을 보내고, 앞발로 밥그릇을 툭툭 치기도 한다.

여전히 겁이 많아 밥은 먹고 싶은데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친구냥이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냥이님도 있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집안에는 건사료를 그릇 가득 넣어주고,

작은 그릇그릇마다 사료에 캔을 비벼 준비해 주고는 편하게 먹으라고 뒤로 물러나 기다려주고 있었다.

운동을 오신 몇몇 남성분들이 지켜보시다 한마디 건넨다.

이렇게 애들 밥 챙겨주면 더 많이 몰려오지 않냐고.

다행히 그렇게 적대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그저 걱정스럽다는 정도의 말투였다.



꽤 오래 길냥이들을 돌보면서 참 많이도 겪은 일이다.

이분들처럼 이 정도는 정말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걱정들을 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꽤 적대적인 분들은 많이 만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깨끗하게 잘 관리하고 있음을 말씀드렸다.

그분들은 그저 호기심일 수도 있고, 걱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꽤 많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의 지나침 언행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조금만 못마땅한 말을 건네도 지나치게 받아치거나 유난을 떠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으니.

글을 읽으시면서 너무 중립적이지 않냐고, 그런 중립적인 태도가 더 기분 나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난 정말...

길고양이를 챙기는 분들도, 길고양이 챙기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분들도 다 이해가 된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분들은

그저 배고픈 생명에게 먹이랑 물을 챙겨줄 뿐인데 그거 뭐 큰 문제냐고,

사람도 중요하지만 길 위의 아이들도 생명이라고,

특히 겨울을 보내기엔 너무 여린 생명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분들은

이 아이들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고,

이렇게 밥을 챙겨주면 개체수가 더 늘어날 거라고,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굶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사람이 우선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그래.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 맞는 말이다.

필자는 그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슴으로까지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나랑 다른 생각을 하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동물학대범만 아니라면...



나는 오늘도 천흥 저수지에 간다.

아이들은 밥 먹는 것을 지켜보다 다 먹으면 밥그릇을 챙겨서 그 자리를 떠난다.

주변에 쓰레기가 있으면 함께 챙긴다.

그래야 내일도 나는 그곳에 갈 수 있을 것이기에...


30a4e40f-330d-420e-bdfa-f260903b3fc8.png


keyword
이전 17화얘들이 내 새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