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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냥과 아가냥

by 김편선

어느 날처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저수지 옆,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녀석들 사이에서 유독 조용히 서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흔히 말하는 코리안코숏이였다.


그녀의 앞에는 작은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몸집이 아직 작고 앙상한 다리로 서툴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 고양이는 밥을 먹지 않았다. 허기졌을 텐데도, 눈앞의 밥그릇을 보며 한 걸음도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아기 고양이 곁에 앉아 주위를 살폈다. 다른 고양이들이 다가오면 살짝 몸을 움직여 막아주기도 했다.

아기 고양이가 조그만 입으로 마지막 한 톨까지 다 먹을 때까지, 엄마 고양이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물러나자 그제야 조용히 다가가 남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치열할지 알기에, 엄마 고양이가 자신의 몫을 양보하며 아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더욱 애틋했다. 사랑이란 따뜻한 집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엄마는 어디에서든 엄마였다. 따뜻한 품이 없어도, 위험으로 가득한 길 위에서도, 가장 먼저 아기를 배불리 먹이고 지켜주는 존재.

차가운 저녁바람 속에서, 엄마 고양이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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