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집 하나가 사라졌어요.
넉넉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와 인연이 닿은 아이들.
추운 겨울에 밥 먹을 동안만이라도 따뜻한 집안에서 먹게 해주고 싶었다.
신중하게 집을 고르고,
힘들게 조립을 하고,
고민고민해서 자리를 잡았다.
처음 집도 몇 번 자리를 옮긴 다음에야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외진 곳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부담스럽지 않은 곳.
집 자리를 잡고 팩을 박아 고정하고 안에서 주문할 때 함께 온 작은 방석을 두고 이 방석이 좀 차가운 것 같아 차에 있던 무릎 담요도 정성스레 깔아 주었다.
그리고, 또다른 곳에 두 번째 집 자리를 잡았다.
길 옆이지만 작은 난간이 있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곳.
이 집은 소재가 단단하지 않아 더 신경을 써서 자리를 잡았다.
그날 밤.
눈이 내렸다.
그래서 다음날 가보니 집의 형태가 조금 찌그러져 있었다.
다시 잘 펴주고 눈도 좀 치워주고...
그런데 그 다음날 갔더니 이 두 번째 집이 사라졌다.
누굴까?
아니야. 사람이 아닐거야.
아마 바람이 날려버렸을 거야.
정말 사람이 한 행동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내가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고민한 끝에
이 곳에서는 집이 아니라 급식소만 두리고 했다.
다시 주문을 하고,
볕 좋은 곳에 떨어지지 않게 잘 자리를 잡아 주었다.
햇살이 좋은 곳이니 밥 먹는 동안 그리 춥지는 않을 것이다.
눈이 쌓이는 곳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말라비틀어진 나뭇잎과 가지로 자잘 덮어주었다.
언뜻 보면 급식소가 보이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이 급식소는 지금까지 잘 있다.
겨우내내 아이들의 밥터가 되어주었다.
겨울을 지나는 동안 급식소를 잘 위장해 덮어주고 있던 덩쿨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위장막을 하나 사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급식소는 사계절 사용해도 될 듯 싶다.
요즘은 나머지 겨울집은 어떻게 해야할런지 고민중이다.
잠깐, 속상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겨울나기를 잘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