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천흥저수지엔 또 눈이 내렸다.
가만히 내려앉는 눈송이들 사이로 고요한 풍경이 펼쳐지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진다.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눈을 밟는다.
바스락, 뽀드득—소리에 웃음이 새어 나오다가 문득, 고양이들이 생각난다.
이 저수지엔 열 마리 남짓의 길고양이들이 산다.
이름도 없는 녀석들, 때론 호기롭게 다가오고, 때론 바람처럼 사라지는 아이들이다.
어디서 눈을 피하고 있을까.
눈 덮인 풀숲 속,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낡은 나무 아래,
내가 두고 온 겨을집 안 낡은 담요 위에 웅크리고 있을까.
아님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을까.
겨울밤, 찬 공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몸을 기댈 고양이들.
무심한 풍경 속에서도 그 작은 생명들이 존재를 버텨내는 건,
한 줌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밥을 챙겨주러 갈 때마다 녀석들은 멀찍이서 나를 살핀다.
그러다 어느 날엔 먼저 다가와 꼬리를 살랑 흔들기도 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다.
이곳의 겨울은 여전히 춥고, 눈도 자주 내린다.
나는 강아지처럼 좋아하다가도,
이내 고양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걸음을 멈춘다.
눈 내리는 천흥저수지,
이 조용한 풍경 속에도
작고 용감한 생명들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