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뜻한 눈빛 잃지 않기를
해가 저물 무렵, 여느 날처럼 천흥저수지에 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괜히 설레었다.
항상 먼저 달려와 반겨주던 노랑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먼저 인사하던, 그 치즈 냥이 노랑이.
그런데 오늘은 노랑이가 나오지 않는다.
차 밑 어둠 속에 웅크리고, 내 부름에 야옹거리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가볍게 몸을 일으켜 다가오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턱 아래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 이건 구내염이다.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참았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노랑이는 오늘도 길 위에 있다.
따뜻한 밥 한 그릇, 깨끗한 물 한 그릇,
그리고 작은 쓰다듬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존재.
털이 부드럽고 눈빛이 따뜻한 이 아이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누군가 품어주지 않으면 혼자 견뎌야 한다.
길고양이의 삶은 생각보다 더 고되고, 더 외롭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그 하루가,
이 아이들에겐 생존 그 자체인 날들이기 때문이다.
노랑이가 다시 예전처럼 뛰어나와 반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작고 따뜻한 눈빛을, 어두운 저수지 한켠에서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노랑이에게>
저녁 바람 스며든 차 밑 어둠 속에서 너는 작은 소리로 울었지.
말하지 않아도 아픈 걸 알 수 있었어.
젖은 턱, 힘없는 눈빛
그래도...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면
봄도, 햇살도, 네게 갈 거야
네가 다시 가볍게 걸어 나와 꼬리를 세우고 웃어주길
기다릴게
이 길 위에서
네가 걸어온 발자국을 지우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