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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늘도 천흥저수지에 간다

by 김편선

연재를 시작할 때는 2월 추위가 매서운 한겨울이었는데, 어느새 따뜻한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이다.



올 봄에는 바람이 참 많이 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이들의 집이 날아갈새라, 아이들의 밥그릇이 날아갈새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그 자리에 여전히 아이들이 오고, 나도 가고 있다.



며칠 전 일요일에는

아이들 밥자리에 난 풀을 뽑아주러 갔다.

다용도실에서 장갑 하나 꺼내고,

언젠가 텃밭을 가꾼다고 사둔 베란다 바깥에 걸어두었던 호미도 챙기고,

소풍 느낌 내고 싶어 야무지게 닭강정도 하나 사들고 갔다.



한참 풀을 뽑으면서 밥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두녀석이 냥냥거리며 다가온다.

이 참에 좀 쉬어야지 하면서

습식캔과 사료를 섞어 두 그릇 대령하고

나도 뒷트렁크를 열어 놓고 앉아서 쉬었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치킨도 뜯으면서.



사료를 적당히 먹은 녀석이 내게로 다가온다.

딱 저 정도의 거리만큼만.

눈 인사도 건넨다.

자세히 보니 한쪽 귀가 커팅되어 있다.

TNR를 한 녀석이다.

'이제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고통에서 벗어났구나. 참으로 다행이다.'며 혼자 말을 건넸다.



여름의 문턱이다.

이곳 천흥저수지에서 다시금 여름, 가을, 겨울을 잘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도,

그리고 우리의 고양이들과 많은 생명들도.



나는 오늘도 천흥저수지에 간다.



나는 매일 천흥저수지에 간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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