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탈출, 자유!
29화 7명의 아이들
-감옥 탈출, 자유!-
등장인물: 루미나, 카일라, 에드, 소피아, 테오
길 잃은 채 테오를 찾아다니던 루미나는 숲의 깊은 곳에서 익숙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소피아였다.
“어?!”
“루미나!!”
“테오를 봤어요! 방금 저쪽 숲으로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테오를요? 그런데 루미나는 어디에 있다가 테오를 본 거예요?”
“저쪽 감옥 성에 있었어요.”
“감옥이요?”
"아무래도 저 성에 아이들이 갇힌 것 같아요. 아이들을 돌보는 분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영 찜찜해서요.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어요. 소피아는 테오를 먼저 찾으러 갈래요?"
“그럼, 난 이쪽으로 가서 테오를 찾아볼게요. 몸 조심해요.”
“걱정 마세요. 소피아. 어서 가요!”
소피아는 테오를 찾으러 숲 속으로 향했고, 루미나는 다시 감옥이 있는 성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아이들을 찾다, 그곳에서 관리인 부인과 마주쳤다.
“부인,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
“무슨 일이죠?”
“혹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을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
“어, 그게... 그러니까...”
“아이들을 꼭 좀 봤으면 해서요.”
“왜 그러시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방이요. 그곳에 가보니 자물쇠가 걸려 있던데...
그건 왜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둔 거죠?”
“아이들은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해요. 그리고 모르는 어른을 따라가기라도 하면...”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혹시라도 이곳에 머물기를 원치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요? 저와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건 안 돼요! 루미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같이 내보내요!”
“제가 여정 중에 그들의 부모를 찾아 주거나 외부 세계로 나가게 되면, 아이들의 부모나 친척들에게라도 연락을...”
“그만! 그만하세요! 아이들은 제 품에 있어야 안전해요. 저 밖은 위험 투성이에요. 루미나도 직접 봤잖아요.
그런 곳에 아이들을 둘 수 없어요.”
“그래도 부모가 찾고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만약, 아이들의 부모를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 아이들은 스스로 이곳에 남을지 결정할 권리가 있어요. 부인께서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만약 아이들이 꿈의 숲에 갇혀 영원히 그들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면 그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아이들이 잘못될까 걱정하는 마음이요. 그런데 제가 이곳에 온 건, 누군가 계속 제게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에요. 그 감각이 저를 이 감옥 성으로 이끌었고요. 부인께서 젊은 시절 겪은 아픔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부인의 아이는 이곳에서..."
“우리 애를 봤어요? 어디서요? 이곳에서요?”
“부인은 볼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제 눈에는 보여요. 흰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한 아이가요.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자유롭다’는 말이었어요.”
“안 돼, 어흑흑...”
그녀는 자리에서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는 깊은 심연에 있어요. 외부 세계에서는 사라졌지만, 이곳 꿈의 숲, 깊은 심연의 공간에서는 자유롭다고 해요. 그러니 이제 아이들을 놔주세요.”
“내가... 아이가 싫다고 했어...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의 재능이... 내가 못 다 이룬 그 큰 꿈들을 그 아이는 어린 나이에 이루어냈어.”
“…”
“포기할 수가 없었어... 내가, 흑흑... 그만두지 말라고 했어...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게 힘든 지도 말하지 못하는 속 깊은 그 어린아이에게... 남편과 나는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그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그러니, 그만 놓아주세요...”
“그렇지만, 남편이...”
"남편이 무슨 상관이에요! 당장 정신 차리고, 빨리 열쇠나 줘요!"
루미나는 그녀의 손에서 열쇠 꾸러미를 빠르게 낚아채 아이들이 묵는 감옥 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서두르자, 들키기 전에...’
어느덧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루미나는 그들 곁을 조용히 걸으며 말을 건넸다.
“길을 잃은 아이가 있다면 말해줄래? 혹시 이 성을 떠나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방에 갇혀 있던 총 7명의 아이들은, 루미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저도요! 엄마를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지 몰라요!”
루미나는 곧장 관리인 부인의 열쇠로 감옥 문을 하나씩 열었다. 7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그녀는 비밀 작전을 펼치듯 성을 빠져나왔다.
루미나는 부인이 마음을 바꿔 뒤쫓아 오지 않을까, 관리인 남편이 길을 막아서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무사히 성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얘들아, 조심히. 조용히 따라와야 해. 알았지?”
“네!”
숲 속으로 들어섰을 때, 성 근처를 서성이는 소피아를 발견했다.
“여기서 뭐해요, 소피아? 테오는요?”
“모르겠어요. 또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난 아이들 부모님을 찾아주러 가야 해요. 소피아, 혼자서 괜찮겠어요?”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요? 아이를 일곱이나 데리고, 괜찮겠어요?”
“뭐, 약속한 거니까 해봐야죠. 이렇게 데리고 나왔으니까요.”
“루미나, 역할을 좀 바꿔보죠. 제가 달팽이 버스를 타고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볼 테니, 루미나는 테오를 좀 찾아줘요.”
“그럴까요? 그럼.”
“제가 가면 더 도망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루미나는 나보다 더 빠르기도 하고...”
“알았어요. 그럼, 저는 숲 속 어딘가에 있을 테오를 찾아볼게요. 소피아는 아이들 부모님을 꼭 찾아주세요.”
“그래요. 얘들아, 아줌마한테 오렴.”
소피아는 아이들을 달팽이 버스에 태우고, 감옥 성이 있는 숲 너머로 사라졌다.
한편, 테오를 찾아다니던 루미나는 누군가를 쫓고 있는 어른들을 발견했다.
“분명 멀리는 못 갔을 거야! 당신은 저쪽, 나는 이쪽!”
그녀는 그들이 아이들을 찾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다.
그들 중에는 관리인 부인의 남편과 낯선 어른들도 함께였다. 그런 그들을 피해 반대편 숲으로 가려던 바로 그때, 파티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에드 부부를 발견했다.
‘엇!’
루미나는 재빨리 에드 부부에게 다가가, 일행인 척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에드의 머리에 놓인 요상한 모자를 낚아채 자신의 머리에 푹 눌러썼다.
“어머! 루미나! 여기에...”
“조... 조용히 해줘요. 이쪽으로...”
루미나는 쫓아오는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려 태연하게 걸었다.
“자연스럽게 행동해 줘요. 지금 쫓기고 있어요.”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루미나? 그 사이에?”
“에드, 루미나가 뭘 잘못할 사람은 아니잖아~ 자기는 가끔 보면...”
“자자, 제가 다 설명할 테니, 일단 이 숲을 떠나죠.”
루미나는 인적이 드문 숲 속으로 들어서며 에드 부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게 소피아는 떠났고, 저는 테오를 찾기로 한 거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테오가 간 숲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럼, 테오가 위험한 거 아니에요?”
“관리자 부부가 아이들을 강제로 보호하고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만약 테오를 발견해서 잘 돌보고 있다면, 오히려 검은 연기 사람이나 괴수를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일 거예요.”
“그럼 루미나는 일단 우리가 타고 온 버스로 가요. 나랑 카일라는 테오가 들어갔다는 숲으로 가서 찾아보고 올게요.”
“에드, 난 힘들어. 콘서트장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더니, 온몸에 힘이 없거든. 당신이 가서 좀 둘러보고 올래요?”
"알았어. 카일라, 아무래도 그게 나을 것 같아. 얼른 가서 찾아볼게. 여성분들은 버스로 가세요.”
말을 남긴 에드는 황급히 테오가 사라진 숲으로 달려갔다.
카일라는 밤새 신나게 놀아서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천에 계시지 않았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하루 이틀이었죠. 점점 젊어지는 것 같아서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점점 지루해지더라고요.
거기서 친구들도 꽤 많이 사귀었는데, 다들 꿈을 찾으러 간다며 하나둘 떠나니까... 더 이상 재미도 없고...”
“아, 네...”
“루미나는 왜 이렇게 상처투성이예요? 또 어메이징 한 모험이라도 하셨나요?”
카일라는 루미나의 여정이 궁금한 듯했지만, 밀려오는 피로에 두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그녀들은 달팽이 버스에 앉아, 에드와 테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느새 숲의 밤은 깊어지고, 자정을 알리는 성의 시계탑 소리만 숲 속에 가득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