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한 보슬 눈
첫눈이 나에게로 왔다.
움츠렸던 몸을 풀고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어느새인가 슬픔이 자리한 곳에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얀 세상이
캐시미어의 부드럽고 포근한 모습으로 나를 감싼다.
그 포슬한 감촉에 웃음 지어 본다.
창문에 콧바람을 불고,
저릿한 손가락 하나를 펴내어
웃음 지어 본다.
설렘이었다.
이러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야.
씩씩해졌구나. 나의 사랑아.
오늘 밤은 사진을 추억하고, 깊은 명상에 잠겨,
눈 덮인 따뜻한 초원의 사슴 한 마리를 보았으면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야겠다.
오늘은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