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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아래 Jul 22. 2024

책으로 국어공부하자

독서하는 학습부진아

여름이라 매미의 울음소리가 우렁찹니다. 어제는 새벽부터 세차게 내리붓는 비 때문에 온 집안에 창문 아래가 젖어 버렸네요. 뉴스를 봤더니 경기도 지역의 몇몇 도시들은 올여름 장맛비에 차나 집들이 물에 잠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마다 하수시설이 잘 안 되어 있는 도시들의 물난리는 있어오는데, 뾰족한 대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어제 폭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늘은 해가 햇빛을 쨍쨍 내리 쏟으니 여름 날씨는 퍽 변덕스럽습니다.

저는 엊그제 자녀학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 분을 만났어요. 이제 중1인 자녀가 있는데, 모든 과목에 있어 기초학력미달이라고 해요. 다만 독서를 좋아해서 자신만의 독서목록을 적어 놓고 있더래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주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 중에 독서를 하지 않아 고민인 학부모님은 많이 봤는데, 독서를 하지만 학업 성취도는 낮다는 얘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재주도 특기도 취미도 천차만별이라 대부분 통계에 의한 상담과 비전을 제시할 뿐, 개별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제각기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학교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커리큘럼대로 따라오지 않은 아이는 부진아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하죠.

 눈 덮인 산을 걸어갈 때는 앞선 사람이 찍어 놓은 발자국에 나의 발을 갖다 놓게 됩니다. 그러면 안정하고 실족할 염려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는 사람을 뒤돌아 보는 앞선 자의 마음도 흐뭇하겠죠. '내가 찍어 놓은 발자국만 짚고 오면 된단다'라고 거듭 다짐을 받겠죠.

만약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며 새로운 길로 진입하려는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가고 있는 길대로 걸으면 된다. 너의 새로운 길은 철부지다운 너의 잘못된 결정임이 분명하거든' 부모도 가보지 못한 길을 자녀가 걸으려 하면 두려움이 먼저 고개를 쳐들게 되고 부정적인 말로 자녀의 결정을 무시합니다.


공부를 잘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저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좋은 것은 바로 성취감을 느껴본 경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 본 아이는 엉덩이힘을 기르고 인내를 배우게 됩니다. 공부하면 공부한 대로 성적이 나오게 되면 그 뿌듯함과 성취감은 어느 학원에서도 가르쳐 주지 못하는 참다운 열매입니다.

내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 못합니다. 독서하는 것도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어느 날은 베르베르 소설 '개미'를 책꽂이에 꽂아두고 책을 가리키며 감명 깊은 책이었다고 소감을 얘기했어요. 잠시 동안의 대화였지만 독서의 싹은 여전히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흐뭇했어요. 아들이 중학교 때부터 전단지 아르바이트 하며 용돈을 벌어 쓴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금하지 않았어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꼭 공부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도 공부는 뒷전이고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어요. 아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고 있답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살면서 필요한 것이 자격증이라고 느끼면 그제야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게 될 거예요. 또는 필요한 것이 학위증이라 하면 그제야 공부하게 되겠죠.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필요한 것이 돈인지, 공부인지, 사람관계인지 스스로 판단하며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독서는 오늘날 우리 삶에 많은 이로움을 주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습니다. 독서를 잘하면 어휘력이 늘고, 공감이 잘 되어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며, 사고력도 확장되고, 배경지식도 늘어나 삶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학업성취도입니다. 독서는 국어과목의 기본 역량을 만들어 주어 모든 여타과목에도 적용되는 기초역량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기초학습이 부족한 아이에게 독서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독서가 기본이 된 아이는 바르게 독서를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고, 여타 과목은 학습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엉덩이 힘이 있는 아이들과, 문맥 속에 나타나지 않은 내용까지 유추하고 추론하는 사고력을 기른 아이라면 학습트레이닝을 통해 얼마든지 점프해 나갈 역량이 숨어 있을 거라는 나의 짐작입니다. 또한 독서가 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독립적이고 풍성하게 만들어갈 힘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보며 독서하는 학습부진아들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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