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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y 31. 2024

<행복한 안녕>

〔소설〕Dear my Sorrow 2


우리 시장에 다녀올게요.


마루에 떡 하니 놓여 있는 종이,

건우도 남자다운 졸필이구나.

근데 우리라면 엄마랑? 엄마가 너랑도 우리가 됐어?


“건우야, 나 잠깐 다녀올 데가 있는데 아침에 할머니 하고 상추랑 저런 거 다 따놔. 호박도 뒤져보고 열린 거 다 따고 가지랑 토마토도 될수록 많이.”

건우는 주말 아침의 꿀잠을 털고 밭으로 나선다.

“오늘 경로당 가요?”

“아니, 오늘은 시장 가서 팔 거야. 주말이라서 나가보려고. 고추도 위에 달린 거로 따놓고. 빨랑 갔다 올게. 일찍 가야 좋은 자리 잡을 수 있거든.”

“네. 알겠어요.”


그렇게 시켜 놨는데 어디다 따 놨는지 안 보인다.

설마 지가 나서서 팔러 갔다는 거야?

조급한 마음에 더운 줄도 모르고 시장 주변의 도로를 돌고 돌아 구석구석 살폈다.

어디 있는 거야, 참, 전화하면 되지.


“건우야, 너 지금 뭐 해?”

“어디서,?”

“약국 쪽? 어쭈 거기 자리 잡기 어려운 덴데.”

“할머니는?”

“그래, 알았어. 그쪽으로 갈게.”


아, 저기 있다.

두 사람이 또 물에 잠긴다.

아무 데서 주웠을 스티로폼 상자에 앉아있는 건우 옆에 핑크색 예쁜 블라우스 차림의 우리 엄마는

텃밭용 엉덩이 의자에 앉아있다.

말간 얼굴로 붕어싸만코를 먹고 있는

이쁜 우리 엄마.


건우는 어떤 여자에게 가지를 담아 주고 있다.

천 원짜리 몇 장을 받고는

좋아 죽겠는지 토마토 두 개를 얹어 준다.


건우와 눈이 마주쳤다.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건우야 돈 버는 거 재밌다고 했지?

니 얼굴 터질라, 웃음이 차고 넘친다.

내 얼굴엔 반반이야, 웃음 반 울음 반,

엄마를 흔들어 나를 보라고 손짓을 한다.

엄마는 그냥 보기만 한다.

그런 엄마의 손을 건우가 잡아 함께 흔들어 준다.


엄마라고 못 부르면 어때.

엄마 눈동자에 내가 담기지 않으면 또 어때.

우리의 존재 자체가 부정 불가한 증명인데.

그거면 돼요. 내가 엄마 새끼라서 얼마나 좋았다고.

내 눈동자엔 엄마로 가득해요.


그 새 또 한 사람이 다가와

뭘 가리킨다.

건우가 뭐라고 한다.

고추를 봉지에 가득 담아 건넨다.

그리고 몇 천 원을 받았는지

나에게 보란 듯 흔든다.

자리 잘 잡았네.


그래, 그리움은 소멸하지 않아.

그렇다고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닌 거 같아.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야.

그러니

어디서든, 어떻게든 행복할 수 있는 거야.


오빠가 그러 길 바래.


어디서든 어떻게든

부디 행복해라 조완.


그리고

그 날 저녁 

어디로 가버린 오빠대신 

나에게 온 슬픔도 

이제 그만

안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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