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oing solo Jul 23. 2023
동주는 버스에서 내렸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던 참에
훅 덤벼드는 바람이 오히려 후련하다.
모든 날, 모든 것엔 좋은 게 꼭 있다.
조심해, 나한테 달려들면 다 베어 버릴 거야,
오늘처럼 잘 벼린 칼날 같은 바람이 매서운 날,
코끝이 그것에 베여 빨갛게 물들면
움츠리지 말고 차라리 고개를 들어 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을 거야.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지고
온 세상이 투명한 유리 속에 들어 있는 것 같게 해.
하늘이 무겁게 축 쳐진 날엔
겨울답지 않게 푹하듯이
오늘은 춥긴 하지만 그 대신 맑고 청명하잖아.
바람만 없다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햇살로 가득해.
오히려 좋은 것들이 어디나 있다니까.
얼른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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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발코니 창으로 고요히
바람을 벗고 들어온 햇살을 맞으며
하늘을 봐야지.
거기서 차갑게 베인 몸을 따듯하게 덥히며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지금 나한테 벌어진 일
내 몸에 누군가가 왔다는데
건강한 심장이 달린 어떤 생명체가
내 안에서 살고 있다는데
나와 어떤 줄로 이어져 있다는데
나는 고작 스무 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아홉 살이었고
생명을 품기엔 내 몸은 너무 작고
마음도 보잘것없는데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분명 피임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던 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햇볕이 가득 들어 따뜻하고
조용한 내 집에서
생각을 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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