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차단, 삭제>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Jul 23. 2023
대뜸
동주에게 톡이 왔다.
-잘 지내?
-물어볼 게 있는데 전화 좀 줄래?
-톡으로 하기 엔 좀 곤란한 거라 통화로 하면 좋겠어.
노아는
대화창을 길게 눌러 나가기 버튼을 터치했다.
그동안 동주와 나눴던 모든 말을 지워버리겠단다.
그래도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
친구관리로 들어가 '똥주'를 차단했다.
그리고 '똥주'의 전화번호를 찾아 삭제했다.
동주야, 늦었지만
그만하자던 너의 말에 대한 나의 답이야.
노아는 갤러리를 열었다.
수천 장의 갤러리에 무수한 동주의 얼굴
그래, 추억은 조금 더 가지고 있어 보자.
창을 닫았다.
당돌하고
싸가지 없을 때도 많고
당당하고 지혜롭고
조그매서 귀여운 동주
오래오래 함께이고 싶었는데
내가 모든 대학에서 불합격이 확정되던 날
어이없어 죽겠는데
거기다
우리 그만하자, 이제 연락하지 않을게, 안녕,
그러더니
그래
아니면 말지, 그래봐야 고딩 여친인데
엎어진 사람의 등을 가차 없이 밞아 버린
동주의 말이
그 무엇보다 아프고 서러웠다.
그깟 대학 좀 떨어졌다고
이따위로 개 무시 하냐
그래 인서울 명문대에 들어가
학교 정문에 현수막까지 걸린 너는
도대체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마.
그리고
노아는 아빠가 선교 사역을 하는
캐나다로 왔다.
한국에서 입시가 잘 안 되면
엄마아빠 있는 데로 와라와라 귀에 딱지가 앉아 있었고
무엇보다 정나미가 개 떨어져서
마침 할아버지 댁에 다니러 온 엄마와
졸업이고 뭐고
홀랑 떠나왔다.
근데 이제 와서
뭔 할 말이 있다고 톡질이야.
여기는 뭐 좋은 줄 알아. 이상하게
몸도 마음도 붕 떠있는 거 같아
괴로워 죽겠는데.
이게 다 너때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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