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primavera!>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Aug 1. 2023
크고 놀라운 평화가
내게 있네
이 세상에는
없는 평화,
아닌데
평화가 사라져 버려 지금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데.
동주의 얼굴은 물의 길이 되었다.
넓은 예배당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진 어둠 속에서
물이 차고 넘쳐 흐느낌이 새 나온다.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틀어쥐고 있는 듯
먹먹하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한 사람이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는 백성이
누구냐.
안 행복하다고요, 하나님.
행복하려던 참이었어요.
이제 스물
대학생이 되면
행복했겠죠.
이제 막 행복한 시간으로 가는
문턱에 서 있었는데
내 몸에 작고도 존엄한 생명체가
깃들어 있대요.
나는 이제 고작 스물인데.
viva primavera!
푸르디푸른
청춘의 시간이라고
드디어 동주의 시간이 온거라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니
걸맞게 살라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연애도 그럴싸하게 해 보라고
그리고 나의 미래를 걸고
하고 싶던 공부도 멋지게 해 보라고
대학 합격통보를 받고
너무 좋았던 날
아빠가 그렇게 말해 주실 때
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어요.
그래 그렇게 살아 볼 거야.
황금기라니까
그토 고귀하게
스물의 날들을 누릴 거야.
그랬는데
손톱만큼 작고 존엄한 생명체에게
발목을 제대로 잡혀버렸어요.
어떡해요, 하나님.
동주는
엄동설한의 새벽에 굳이 나와
예배고 뭐고
찬송이고 뭐고
남들은 기도하던 말 던
따듯하고 깜깜한
롱패딩을 뒤집어쓰고
울기만 했다.
하긴
그러려고 온 거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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