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그렇게 우는 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그럴 땐 차라리
생판 남에게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슨 사연일까
며칠 동안 우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최지영 권사고요
아무리 찾아봐도
그 울음 나눌 사람이 없으면
저에게라도 연락 주세요.’
동주는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진짜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울음을 나눠 받겠다니
그 잘난 몇 마디가 위로가 된다.
텅 빈 예배당을 나왔다.
아직 남아 있는 어둠사이로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바람에 내준 맨 얼굴에
찬 기운이 훅 번진다.
춥지 않아,
오히려 후련한데.
후드를 벗었다.
오늘 바람은
꼭 민트 같아.
머릿속이 화해지네.
동주는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 좀 해보자.
왜 자꾸 울음이 나는 거지?
나에게 온 작은 생명체가 슬픈 건가,
아니면 두려운 건가,
슬프고 두렵게 만드는 거라
확 버려버리고 싶은 건가.
그래
그토록 작은 것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지금 내가 혼자라면
울음도 안 나고 두려운 것도 없겠지.
그러면
입학하기 전에 진짜 해보고 싶었던
풀타임 편의점 알바도 하면서 돈도 벌어보고
예비 역사학도로서
일단 서울과 수도권의
유적지를 돌아보려 했어.
말하자면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비원도 가보고
남한산성 행주산성 화성도.
겨울이라 이쁘진 않겠지만
먼저 가보고 예쁠 때 또 가면 되지.
그렇게 시작해서
4년 동안 제대로 공부하고
행복한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인데.
난데없는 작은 복병 때문에
슬픈 건 맞는 거 같아.
그 작은 복병은 시간이 갈수록
내 몸 안에서 커질 거고
궁극적으로 나는 그의 엄마가 되고
그는 내 자식이 되는 건데
아니, 벌써 그렇게 된 거잖아.
그러니 무섭지.
내가 뭐라고 부모가 돼.
내 앞가림도 못하는 철딱서니 천방지축인데
게다가 노아도 없이
온전히 혼자 겪어야 하는데
그래서,
버리고 싶어?
팽팽하게 부풀었다가
펑, 터져버리면 그만인 청개구리처럼
그리되면 될 거 같아?
그러고 나면
원래의 동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게, 그게 문제야.
거대한 산 같은 문제가
코앞에 떡 버티고 있으니
이제 그만 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는 건 그만큼이면 됐어.
동주는
집으로 들어와
까맣고 따뜻한 롱패딩을 벗어던졌다.
햇반을 레인지에 돌리고
엄마 표 맛있는 김장김치와
장조림을 테이블에 올렸다.
갑자기 식욕이 당긴다.
별로 좋아하지 않아 구석에 처박혀 있던
멸치조림도 꺼냈다.
이상하다, 울렁거리지 않네.
맨날 냄새만 맡아도 미식거렸는데.
동주의 방은 따듯했고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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