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소설〕동주의 도(道)

by going solo

며칠 동안

그렇게 춥더니

오늘은 좀 풀렸네.


동주는 시청행 버스를 탔다.

흐릿하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눈이 오려나.

마음도 하늘 따라 가라앉으려 하는 걸

억지로 그러지 않고 있다.


전화기를 꺼냈다.

노란 아이콘 위에 빨간 2가 떠있다.

-우리 딸, 바빠?

뭐 하느라 연락도 안 해?

-덩주

집 떠나 혼자 서울살이 어떰?

필요한 거는 없냥

언니한테 톡 해주셈.


기다리는 노아의 말은 없고

엄마랑 언니의 말만 있다.

노아의 톡창에 노란 1이 그대로다.


동주의 모솔탈출 동아줄이었던

이 노아는 좋은 사람이다.

얼굴값 한답시고 잘난 척 좀 해도

구구로 봐줄 만한데

모냐, 지가 잘 생긴 줄도 모르는 얼척이에다가

여리고 순둥 하기만 했다.

첫 남친이 그런 노아라

동주는 행복했다.

‘니네들 끝까지 가 봐.

두 사람 이름이 찍힌 청첩장 받으면

열일 제끼고 가서 축하해 줄게.

축의금도 두둑하게 낸다 내가.’

2학년 때 담임 쌤이 하신 말씀에

교무실에 계시던 몇몇 쌤들도

맞아 맞아, 맞장구를 더해주셨다.


결혼은 무슨,

현실감 1도 없는 멀고 먼 이야기지만

언젠가 꼭 해야 한다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나 이뻐해 주는 사람이면 오케이 아냐

굳이 딴 사람 찾을 필요 뭐 있어

노아라면 나는 땡큐지.

동주는 그랬다.


노아한테는 묻지 않았지만

그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그냥 믿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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