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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Oct 31. 2024

[명언 속 심리학] 알렌산드로 솔제니친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

준영은 남들이 보기엔 무척 따뜻하고 친근한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준영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타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준영은 그 깊은 공감을 주는 능력만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지치고, 혼자일 때 더욱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직장에 도착하면 그는 사람들을 환영하며 밝은 에너지를 퍼뜨렸습니다. 그 미소 뒤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주려는 노력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준영은 혼자 남아 생각할 때면 자신에게 질문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려 애쓰는 걸까?"


사실, 준영은 스스로에게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는 능숙했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에 대해선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안함과 부족함을 끊임없이 지적하며, 타인의 행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고, 공감을 표현하는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준영은 오랜 친구 준호를 만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지만, 그동안 바쁜 삶에 서로 소홀해져 있던 친구였습니다. 준호는 준영의 잔뜩 지친 얼굴을 보며 말했습니다.


“준영아, 너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능력이 뛰어나. 그런데... 네 자신에게도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말에 준영은 처음엔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준호의 눈빛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기에, 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타인에게 주었던 그 깊은 공감과 이해를 스스로에게도 나눠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순간, 준영은 솔제니친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공감받기를 바라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공감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It’s not that you’ve got something to say, but that you understand that you have nothing to lose, nothing to explain to anybody, and you realize that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be able to live with yourself.

- Aleksandr Solzhenitsyn -


당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기 공감은 2000년대 초 Kristin Neff 박사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기 공감을 실천하면 개인의 스트레스 수준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증진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자기 공감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자기 친절(Self-kindness):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돌보는 태도

공통 인간성(Common humanity):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

현재의 인식(Mindfulness): 자신의 감정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

Neff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공감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과 스트레스,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말이죠.


그날 이후로 준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씩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누르지 않고,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 노력했습니다. 누군가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만큼,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을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대신 하루를 돌아보며 자신의 감정을 하나하나 되짚었습니다. “오늘 많이 지쳤구나”, “이런 일에 슬펐구나”라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타인에게 공감해 줄 때 느꼈던 피로가 한결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진정으로 편안해지고, 내면의 안정감을 되찾아갔습니다.


점차 그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 이상 억지로 밝은 척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준영에게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준영은 자신의 이야기도 때때로 꺼내며, 스스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 결코 약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준영은 이제 타인에게 공감을 나누면서도,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내면은 더욱 견고해졌고, 그로 인해 그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더욱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준영은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공감은 타인에게 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렇게, 준영은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편안함과 위로를 찾으며 더욱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갔습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Александр Солженицын, 1918-2008)은 러시아의 작가이자 역사가로, 소련 체제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자유를 강하게 옹호한 인물입니다. 그는 소련의 강제 수용소 체제를 폭로한 *수용소 군도(Gulag Archipelago)*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가 직접 경험한 정치적 탄압과 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작성되어, 당시 소련 체제의 억압적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솔제니친은 이러한 주제로 인해 소련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고, 결국 1974년 소련에서 추방당해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었습니다.

솔제니친은 1970년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등의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문학은 전체주의와 억압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인간의 정신적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1994년 소련 붕괴 후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여생을 러시아에서 보내며 집필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작품은 정치적 자유와 도덕적 책임, 정의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이후 문학과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솔제니친은 전체주의 체제에 맞선 문학적 목소리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현재까지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다룬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Reference

  Neff, K. D.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2), 85-101. 

  Neff, K. D., & Germer, C. K. (2013). "A pilot study and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the mindful self-compassion program."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69(1), 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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