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선 Nov 01. 2024

[명언 속 심리학] T.S 앨리엇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얼마나 멀리 갈지 알 수 있다

영준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회사에 출근하고,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마칩니다. 결혼한 지 8년, 다섯 살 아들과 세 살 딸이 있는 그는 가장으로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안정적인 직장과 사랑스러운 가족을 가진 성공한 사람이라 말하지만, 영준의 마음 한편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열정적으로 꿈꾸던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 꿈을 묻어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준은 회사에서 프로젝트 회의를 하던 중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이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꿈을 묻어두고 평생 안정 속에 갇혀 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그는 답을 찾고자 했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아내와 아이들이 잠든 후 조용히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여보, 할 얘기가 있어.”


아내는 영준의 표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느끼고 조용히 자리에 앉습니다. 영준은 잠시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물다가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나…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싶어.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묻어뒀는데, 이제는 그 꿈을 따라가 보고 싶어.”


아내는 놀란 듯 그를 바라봅니다. 영준이 결혼 후 한 번도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침묵을 깨며, 아내는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스튜디오를?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준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이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해왔지만, 이제는 그게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알아, 이게 얼마나 무모하게 들릴지… 하지만 이렇게 묻어두고 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아내는 잠시 깊이 생각에 잠깁니다. 영준의 말을 듣는 순간, 아내는 남편이 가족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억눌러왔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영준이 그동안 참아왔을 무게와 희생을 떠올리며, 아내는 그의 손을 잡고 차분히 말합니다.


“여보, 네가 그동안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아. 사실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네가 꿈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어. 그동안 나와 아이들 생각하느라 많이 참아왔던 거지?”


영준은 그 말에 마음이 뭉클해지며 아내를 바라봅니다.


“응, 나도 너무 오래 참아왔어. 그렇지만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제는 진짜 내 꿈을 따라가 보고 싶어.”


아내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미소 지으며, 결심을 굳힌 듯 말을 이어갑니다.

Only those who will risk going too far can possibly find out how far one can go

- T.S. Eliot -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내는 어떤 대답을 건넸을까요? 그리고 영준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려 일을 시작했을까요?

아내와 자식이 있는 영준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겁니다. 그래서 무작정 꿈을 응원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공익광고처럼 쉽게 해낼 수 있는 과제로 가득하지 않으니까요. 아마도 이런 영준에게는 심리학적으로 필요한 조언은 아마도 위험 감수 성향에 대한 설명일 겁니다.


위험 감수 성향(risk-taking propensity)은 개인이 자신의 안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을 선택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이 성향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주로 연구되며, 개인이 선택 상황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롭고 위험이 따르는 도전을 시도할 때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적인 자기 인식 능력입니다. 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영준과 같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길 원하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필요합니다. 단순한 자신감이 아닌,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성과에 기반한 근거 있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결정이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단순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막연히 "회사를 차려 성공하고 싶다"는 꿈만으로 도전을 시작하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해 왔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과거의 선택과 결과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성공과 실패로 이어졌는지를 냉정히 평가하고, 그 경험이 어떻게 내면의 내공으로 쌓였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자신이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꿈을 현실로 이루려는 많은 사람들은 많지만, 현실적인 준비 없이 막연히 도전을 시작하는 것과 내공이 있는 도전은 분명히 다릅니다. 스스로를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의식적으로 준비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도전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T.S. 엘리엇은 20세기 초반의 가장 중요한 시인이자 문학가 중 한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한 그는 현대 사회의 혼란과 인간의 고독을 작품 속에서 깊이 있게 표현했어요.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황무지(The Waste Land)>는 전통적인 시 형식을 깨고, 당시 사람들의 불안과 상실감을 보여주어 큰 반향을 일으켰죠.


엘리엇의 글은 어렵지만, 그 속에는 현대사회의 문제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엘리엇은 1948년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그 업적을 인정받았고, 그의 작품은 지금도 문학과 예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전 11화 [명언 속 심리학] 알렌산드로 솔제니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