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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Nov 05. 2024

[명언 속 심리학] 존 우든

활동하는 것과 성취하는 것을 혼동하지 마라.

현우는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자격증을 취득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얻고, 그로 인해 자신의 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어회화부터 그래픽 기술 자격, 컴퓨터 활용 능력, 고객실무론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자격증 목록을 보고 “진짜 다재다능하네”라며 그를 칭찬했고, 현우는 그런 평가에 만끽하며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실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매달 새로운 자격증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며, 성공적으로 취득한 자격증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벽에 걸린 자격증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았고, 그만큼 자부심도 커졌습니다.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현우의 다양한 자격증 목록을 보고 “진짜 다재다능하네”라며 그를 칭찬했습니다. 현우는 이러한 인정이 자극제가 되어 더 많은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우는 성취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모호해졌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순간의 기쁨은 잠깐일 뿐, 그 뒤에는 더 많은 자격증을 향한 갈증만이 남았습니다. 마치 하나의 자격증을 얻고 나면 그 의미를 곱씹을 새도 없이 또 다른 자격증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어느새 자격증의 '개수'에만 집착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현우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네가 자격증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격증을 왜 이렇게 모으고 있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자격증의 숫자에만 매몰되어 있었고, 자격증을 통해 이룰 목표나 꿈은 애초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Don’t confuse activity with achievement. 

– John Wooden – 
활동하는 것과 성취하는 것을 혼동하지 마라.


자격증은 성장과 발전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장은 자격증 취득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활용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서 일어납니다.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목표의 숫자나 분량을 기준으로 만족감을 추구할 때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궁극적으로는 목표와 자기 가치 사이의 불일치가 심화됩니다. 즉, 자격증 개수만 늘어나는 것은 성장과 성공의 착각을 일으키며 혼란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에서 다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성취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개인이 동시에 여러 가지를 목표로 설정하면 ‘학습 과부하’가 발생하기 쉽다는 결과도 발견했을 정도입니다.


자격증을 모으려는 열망 뒤에는 현우와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만드는 비즈니스 전략이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자격증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격증 시장은 이 욕구를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죠. 자격증을 따기만 하면 마치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는 듯한 착각을 심어주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의 먹고사는 전략을 비방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격증도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유용성을 지니니까요.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지갑 속에 ‘교통카드 할인용’, ‘통신사 할인용’, ‘마트 장보기용’, ‘마일리지 적립용’ 등으로 신용카드를 여러 장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사람은 단 한 장의 신용카드만 사용합니다. 얼핏 보면 첫 번째 사람이 더 알뜰하고 실용적일 것 같지만, 정작 할인이나 적립 면에서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계산 빠르고 머리 좋은 신용카드 회사 직원들이 이미 그 점을 계산에 넣어 상품을 설계합니다. 결국,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실제 혜택의 크기보다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소비하는 셈입니다.


자격증도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용합니다. 자격증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조금 더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 자격증들이 실제로 자신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자격증이 있어봐야 궁극적으로 얻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자격증들을 통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우의 자격증 욕심이 틀렸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욕구가 실질적인 성취보다는 ‘열심히 산다’는 느낌을 얻기 위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격증을 하나 더 취득한다고 해서 당장 실질적인 성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지요. 잘못된 것은 이러한 활동을 단순히 반복하기만 하면 곧바로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격증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성취와 이 자격증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John Wooden(존 우든)은 미국 농구 역사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농구 코치입니다. UCLA 농구팀의 코치로 활동하며 10번의 NCAA 챔피언십 타이틀을 팀에 안겼고, 그의 팀은 88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성적을 낸 코치가 아니라, 농구 철학과 리더십으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존 우든의 코칭 철학은 성적보다는 인격과 자기 발전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게임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성공’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존 우든은 선수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멘토였고, 리더십과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인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순한 농구 코치 이상으로, 삶의 코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Reference

  Deci, E. L., & Ryan, R. M. (1985). Intrinsic Motivation and Self-Determination in Human Behavior. New York: Plenum Press. 

  Locke, E. A., & Latham, G. P. (2002).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Motivation.American Psychologist, 57(9), 705-717.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2017). Stress in America: Coping with Change. 

  Baumeister, R. F., & Vohs, K. D. (2007). Self-Regulation, Ego Depletion, and Motivation.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1), 115-128. 

  Schwartz, B. (2004).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 New York: Harper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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