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당신이 주는 대로 되돌려준다.
현서는 매사에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입니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입을 모아 "좋은 사람"이라고 평합니다. 인서울 4년제를 졸업한 그녀는 직장에서 적당히 성실하게 일하며 평범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직급에 맞게 회의가 있으면 먼저 자리를 정리하고, 어린 동료들과 어울릴 때는 가끔 커피를 돌리기도 합니다. 동료들은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지만, 현서는 그 고마움이 시간이 지나면 곧 잊히게 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현서는 회사 생활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무난하게 지내는 것을 삶의 지혜라고 여겼습니다. 워라밸을 지키며 적당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필요한 만큼만 성실히 일하며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것이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부딪히지도 않고 모난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모든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현서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그의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료들과 친밀하게 지내지만 회사 안에서만 친밀할 뿐, 그 이상으로 감정을 깊이 나눌 사람은 없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그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맞추어 웃고 대답했지만, 정작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말투는 자연스럽게 '괜찮아요', '저는 상관없어요'라는 표현으로 채워졌고, 동료들 또한 그의 이러한 처신을 당연하게 여기며 때로는 편리한 존재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어느 날, 현서는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타 부서 직원과 갈등을 겪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지수와의 관계도 얽혀 있어 어느 쪽에 서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모두가 납득할 만한 안전한 선택을 하려 애썼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갈등을 중재하려 했고, 일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냉랭해졌고 프로젝트 성과도 무난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직장에서 현서에 대해 특별히 문제를 삼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 일이 끝나고 나서 현서는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할 일을 다 했으니 됐지. 그래도 내 이미지에 손상도 없고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으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지만, 현서는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를 놓친 것 같은 찜찜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현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현서의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위해 작은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하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고, 그는 밝은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현서는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이 정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 '좋은 동료'로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역시 현서와 비슷하게,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현서는 겉으로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마음속 찜찜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그동안의 '적당하게'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는 자신과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상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계산 없이 도와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고, 현서 또한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피해 주지 않고, 튀지 않으며 무난하게 살기 위해 애써온 그의 모든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그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보다 편안함과 무난함을 선택해 온 그의 삶이 이제 그녀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People give back what you give out.
- Florence Scovel Shinn -
사람들은 당신이 주는 대로 되돌려준다.
현서가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는 것은 사회적 편향성(Social Conformity)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사회 집단이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따르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현서가 무난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충돌을 피하고 사회적으로 수용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편향성이 강한 사람들은 내부적인 갈등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축적될수록 심리적 소진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현서와 같은 경우에도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는 행동이 지속되면, 내적 불만과 갈등으로 인해 심리적 공허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겪고 있는 현서는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서는 이제 자신이 놓인 상황 속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1. 자신의 이러한 고민을 더욱 철저하게 숨기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2. 아니면 내가 어떤 선택을 고민할 때, 나에게 확실하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인가.
현서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그 선택 속에 이미 정답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합시다. 첫 번째는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현서를 챙겨 줄 것입니다. 물론 겉으로는 현서를 위해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배려는 현서가 아닌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작업이겠죠.
두 번째 선택지는 조금 더 계산적인 접근입니다. 현서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최우선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돈이 되거나 남는 게 있으면 하고,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식이죠.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면 그의 주변 역시 현서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현서가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이면, 주위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다가올 테니까요.
현서의 두 가지 선택 중 어떤 것이 옳다거나, 어떤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행동과 태도에 따라 주위 사람들도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고, 현서의 삶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입니다. 다만 나는 실질적 이득이 우선이지만, 상대방은 순수한 진심이길 바라는 모순적인 바람은 하지 말아야겠죠.
결국 현서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이 선택을 통해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로 대해질지, 그리고 어떤 존재로 활용될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를 원한다면 남들도 현서를 통해 본인이 좋은 사람임을 보여주려 노력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주위에도 현서와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사는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
현서는 이제 진지하게 자신의 삶의 방향과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막연하게 무난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고, 자신이 바라는 관계와 삶의 모습에 맞게 스스로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Florence Scovel Shinn (1871–1940)은 미국의 작가이자 예술가, 영적 교사로, 긍정적 사고와 자기 확신을 강조한 저서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신념의 힘을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다룬 책 The Game of Life and How to Play It (1925)을 출간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에도 여러 권의 영적 자기 계발서를 집필했습니다.
그녀의 철학은 주로 신념과 언어가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기반하며, 긍정적 확언과 상상력의 힘을 통해 목표와 바람을 이루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로 인해 Florence Scovel Shinn은 현대 영성 운동과 자기 계발 분야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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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er, M. B., & Andrade, M. G. (2015). "Conformity in the presence of internal conflict: The role of individual differences."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55(4), 379-392.
De Dreu, C. K., & Nauta, A. (2015). "Self-interest and other-orientation in organizational behavior: Implications for job performance, motivation, and stres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3(2), 1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