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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속 심리학]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흘려보내라.​

by 황준선

은하는 감정적으로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대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단골손님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깁니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은하에게 카페는 그녀의 작은 세계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녀의 삶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지원이 결혼과 함께 멀리 이사를 가면서 은하는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늘 곁에 있던 친구가 떠난 후, 은하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워집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안정적이던 일상이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처럼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그녀를 휘감습니다.


감정적으로 불안해진 은하는 점점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동생 민수는 은하의 잦은 짜증과 불만에 지쳐 “누나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 왜 나한테 화를 내?”라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단골손님들에게도 예전과 다른 날카로운 태도를 보이면서, 그녀를 이해하고 좋아하던 사람들마저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특히 은하의 남자친구인 지훈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지훈은 은하와 결혼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며 미래를 함께 고민하려 하지만, 은하는 그의 진심마저 부담스럽게 느낍니다. "왜 자꾸 결혼 얘기만 해? 난 지금 내 삶도 정리가 안 되는데!"라며 지훈에게 짜증을 내고, 지훈은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점점 지쳐갑니다. 지훈은 “내가 너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라고 묻지만, 은하는 그의 질문조차 짜증스럽게 받아들이며 대화 자체를 피하려 합니다.


은하는 짜증을 내고 후회와 자책을 반복합니다. 남자친구와 다투고 나서는 방으로 들어가 혼자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왜 이렇게 구는 거지? 지훈이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라고 스스로를 책망합니다. 지훈에게 소리친 뒤에도 한참 동안 마음이 불편해지며, "지훈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데 왜 나는 그걸 받아주지 못하지?"라며 스스로에게 화를 냅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이 짜증을 내고 마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이 악순환은 그녀를 더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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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have power over your mind - not outside events. Realize this, and you will find strength.

- Marcus Aurelius -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흘려보내라.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은하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작고 아늑한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친구도 있습니다. 절친한 친구가 결혼 후 멀리 이사 간 것이 문제일까요? 글쎄요, 이 스토리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은하가 요즘 짜증이 늘었다는 사실이고,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황급히 해결하려 합니다. 명상을 해본다든지, 새로운 취미를 찾으려 애쓰곤 하죠. 물론, 이런 노력들이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죠. 오히려 다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짜증이 날 때는 짜증을 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대놓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으니까요.


짜증이 날 때 충분히 짜증을 내보세요. 지랄할 수 있을 때까지 지랄해 보는 거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떠나간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억지로 참다가 삐져나오는 짜증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는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신과를 찾아 병명을 찾으려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접근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약을 먹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닌데 약을 먹는다고 해결될 리는 없으니까요.


짜증이 날 때는 충분히 짜증을 내보는 것이 진짜 문제를 찾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짜증을 내고 난 후에 스스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내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차분히 지켜보는 것. 이 과정이야말로 은하가 자신의 진짜 문제와 마주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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