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의 심리학: 착한 회사원의 삶

by 황준선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첫 회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며 "자자 오늘 신입도 왔는데 다 같이 건배하죠?"라고 말했고, 팀원들은 웃으며 따라 마셨습니다. 신입사원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었지만, 첫 회식이라는 부담감에 팀원들의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저마다 술잔을 채우며 건배를 하고 있었고, 신입사원은 조심스럽게 음료를 든 채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곧 팀장님의 눈에 띄었고, 맥주잔에 사이다가 채워져 있던 신입사원은 무언가 모를 부담감이 느껴져 소주잔에 소주를 황급히 채웠습니다. "어어어 아냐 아냐 요즘 세상에 술 강요하는 회식이 어디 있어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마시고 싶은 거 마셔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요즘은 1차만 다들 빨리빨리 집으로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정중하고 배려심 넘치는 팀장의 말투에 신입사원은 안심했습니다.


1시간 정도가 흐르자 회식 자리가 끝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우리 이제 한... 30분 안에 일어나자고" 다시금 팀장의 말이 이어졌고, 정말로 20분쯤이 지나자 팀장은 먼저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술자리를 좋아하는 팀원 무리는 그들끼리 모여 2차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팀원이 "OO 씨는 술 안 좋아하니까 먼저 가셔도 돼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신입사원은 다시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첫 회식인데 끼어서 성의라도 보일까? 아니지 그냥 눈 딱 감고 확 마셔볼까? 아냐 괜히 민폐만 끼칠지도 몰라... 근데 가라고 했다고 진짜 가면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신입사원의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이야기죠? 술 강요 문화나 늦은 회식 자리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착한' 회사원들은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자기개발서나 조언은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집에 가라" 혹은 "회식도 경쟁력이다, 가능하면 최대한 참석하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회식에 참석하든, 참석하지 않든, 여전히 주변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는 착한 신입 사원의 마음에 와닿는 조언은 찾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신입 사원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얼마만큼 주변을 보길 원하고 그 속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인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만약 신입 사원이 회식 자리에서 성과급 정보, 이직 기회, 팀원의 사생활, 에이스 팀원의 스펙, 친목 도모 등을 통해 그들끼리 오가는 정보도 얻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분위기를 따르며 끝까지 참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 생활은 능력으로 증명하는 것이라 믿고 저녁에 예약해 둔 필라테스 수업이 더 중요하다면, 과감히 자리를 떠나도 괜찮습니다. 결국, 내가 속한 집단과 그들의 술자리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본인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래도 신경이 쓰이고 저래도 신경이 쓰이는 멘붕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눈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이자, 때로는 어떤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도구와 전략을 제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이런 욕심이 얼마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눈치를 사용하게 되면, 그 눈치는 결국 자신을 어디서든 불편하게 만드는 끔찍한 족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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