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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차 무거운 책임감, 카니발

by 황준선

큰 책임감을 담을 공간이 필요해요

이 짧은 한마디에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소비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담겨 있다.
최근 기아 카니발을 선택하는 이들은 단순히 ‘큰 차’를 원해서가 아니다.

카니발은 이제, 책임의 크기와 삶의 무게를 담아내는 이동형 거실이다.

같은 예산으로 고급 SUV를 고를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수입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니발을 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내가 감당해야 할 사람들과 책임지는 삶을 지원해 줄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카니발은 그 요청에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도 넉넉하게 응답한다.

카니발이라는 ‘새로운 거실’

‘카니발’은 단순한 미니밴의 모델명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다자녀 가정을 위한 실속형 밴’이었던 이 차는
2020년대에 들어 ‘이동하는 가족의 거실’로 재정의되었다.


그들의 출퇴근 수단뿐만 아니라
부모, 아이, 짐, 반려동물까지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은 말한다.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내 삶의 무게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카니발은 단순히 큰 차가 아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의 관계, 그 깊이와 책임감을 품는 공간이다.



카니발을 선택한 사람들의

2가지 겉 유형 + 2가지 속 유형

― 이 차를 고른 이유, 그리고 그 이유의 이면


1. 다세대 배려형 ― “모두가 편해야 내가 편하다”

이들은 배우자, 아이, 부모까지 모두를 고려한 가족우선주의 소비자다.
슬라이딩 도어, 넉넉한 3열, 정숙한 주행—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큰 차를 감수한다.

“엄마는 무릎이 불편해서 SUV는 힘들어.”

“아이들은 따로 떨어져 앉아야 싸우질 않아.”

“누구를 태우든 창피하지 않은 차가 필요해.”


속마음: 책임 보상형 ― “내가 감당한 만큼,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표면적으로는 모두를 위하는 선택 같지만,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만큼 가족을 챙기고 있다. 그걸 알아주면 좋겠다.”
배려라는 말 뒤에 숨겨진 건, 가장으로서의 존재 확인이다.

“내가 이 차를 몰고 다니는 이유, 그 누구도 모를지 몰라도 난 안다.”

“연비? 주차? 불편하지. 근데 그게 내가 가족을 챙긴다는 증거잖아.”


2. 생활공간형 ― “이 차는 또 다른 거실”

이들은 카니발을 집처럼 쓴다.
아침엔 등교, 점심엔 재택업무 통화, 오후엔 마트, 밤에는 차박.
차 안이 곧 생활의 중심이 된 사람들이다.

“요즘은 주차장보다 차 안이 더 조용해.”

“카페 갈 필요도 없어. 트렁크 열면 그냥 내 거실이야.”

“다시 SUV 타라고 하면 못 해. 좁아.”


속마음: 일상 도피형 ― “다 집어던지고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실은 ‘살기 편해서’가 아니라,
집 안이 버거워서, 도망치듯 차로 나온 것일 수 있다.
식구들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차는 도피처가 되고, 주차장은 피난처가 된다.

“내가 주차장에서 멍 때리는 시간, 그게 진짜 나 혼자 있는 시간.”

“차박이 좋아서가 아니야. 집에 가기 싫은 날이 있어서지.”

“카니발 안에서 일하는 척하지만, 사실 그냥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던 거야.”



카니발을 몬다는 건, 곧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뜻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중요한 시대다.
나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며,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은 때때로 호구나 퐁퐁남이라는 말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부모를 챙기고, 배우자를 배려하며, 아이들을 태우고 달린다.
카니발은 그런 사람들의 선택이다.


이 차는 넓은 공간만큼이나 관계의 수고로움을 실어 나른다.
거대한 트렁크에는 짐뿐 아니라, 역할과 책임, 그리고 침묵 속에 묻힌 감정까지 함께 실린다.

가족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버거울 수 있다.

‘나만을 위한 공간은 없다’는 감각은,
이 거대한 차 안에서 운전자의 숨을 조이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의 차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로 위를 달리는 카니발이 혼자 달릴 때면

문득 억눌린 감정이 터져 나오듯

난폭운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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