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만 하는 고민은 본질을 놓치게 한다
저는 세상에 작은 긍정적인 영향이라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취약계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진로를 고민할 때 사회복지사나 청소년 상담사 같은 직업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웹툰이에요. 웹툰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웹툰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매체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 꿈은 웹툰 작가입니다. 작가로서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과정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집니다.
만화창작과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관련 학과에 입학하려면 포트폴리오나 실기 시험이 있잖아요. 그림 실력이나 작품 경험이 풍부하면 유리하다고 하는데, 지금의 제 실력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른 현실적인 학과로 방향을 바꿔야 할까요? 저는 정말 웹툰을 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 막막합니다.
이 사연을 읽으면서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해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웹툰 작가가 되려면 관련 학과에 가야 하는가"였어요. 그런데 이 두 질문 모두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사연자는 취약계층을 돕고 싶어서 사회복지사나 청소년 상담사를 생각했다고 했는데, 여기에 큰 오해가 있었어요. 취약계층을 돕는 것과 그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저는 이걸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상황을 비유해서 설명했어요. 돈도 못 벌고 미래도 불투명한 아이돌 지망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 지망생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전혀 아니죠. 오히려 그 지망생이 작고 초라한 무대에 설 때 찾아가서 응원하고 후원해 주는 게 훨씬 더 실질적인 힘이 될 거예요.
엔터테인먼트 직원을 사회복지사로, 아이돌 지망생을 취약계층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거예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사회의 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이지, 그 일을 해야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자신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후에 진짜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응원하고 지원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웹툰 작가가 되는 것과 만화창작과에 입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거든요. 저는 사연자에게 묻고 싶었어요. 인생 웹툰이나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을 검색해서 그 작가의 배경을 찾아봤냐고요. 아마 대부분 만화 관련 학과 출신이 아닐 거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웹툰 작가가 꿈이라면서 롤모델이 될 만한 작가조차 없다면, 그건 반성해야 할 부분이에요.
만화창작과는 만화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곳이지, 그게 직업과 직결되는 건 아니에요. 마치 경제학과를 나온다고 모두 금융권에서 일하고, 심리학과를 나온다고 모두 상담사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요.
사연을 읽으면서 가장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부분을 발견했는데, 사연자가 하고 있는 건 진짜 '고민'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라는 점이었어요. 책상에 앉아서 "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안 될까" 하며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수준이었죠.
사회복지사를 꿈꾼다면 시간을 내서 실제 사회복지사를 찾아가 만나봐야 하고, 웹툰 작가가 꿈이라면 존경하는 작가가 사연자 나이대에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경로를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지 찾아봐야 해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같은 걱정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걱정들은 실제로 한 발짝도 내딛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공상에 불과해요. 만약 모두가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만으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애초에 고민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고민이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해 봐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 바로 그게 진짜 고민을 하는 과정이에요.
사연자가 이렇게 자신의 고민을 글로 정리해서 올렸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훌륭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막연히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겠지만, 이미 한 걸음을 내딛은 거니까요. 이제 필요한 건 더 이상의 방법론이 아니에요. 실천이에요.
실제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존경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작은 것부터라도 직접 그려보고 올려보는 거죠. 방법은 이미 다 알려드렸어요. 이제 이 방법을 실천하느냐 마느냐는 사연자 본인에게 달려 있겠죠.
이 사연과 답변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