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은 원래 그렇다, 그러나 일의 의미는 잃지 말자
안녕하세요, 27살 남성입니다.
제가 서울로 패션 편집숍에 첫 취업을 했는데 갑자기 현타가 와서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일한 지는 4주 정도 됐는데 거의 매일 지적을 받고 실수를 자주 합니다. 저와 달리 먼저 입사하신 분은 일한 지 사흘 만에 완벽하게 숙지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는 4주가 지났는데도 실수를 계속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일이 너무 힘들고 남들은 완벽하게 일하는데 저만 뒤처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1년은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지적받고 나만 뒤처진 상태로 1년을 버티자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현타가 왔어요.
초반은 힘들어도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할 생각인데 지적만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한 달도 안 되고 다음 달이면 블랙 프라이데이와 연말이 있어서 그만둘 상황이 아니고, 그리고 뭔가 제가 쓰레기가 된 기분입니다.
그리고 설령 그만둔다고 해도 새로운 일자리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상황 어떻게 할까요? 그냥 깡으로 버틸까요? 아니면 진짜 제가 쓰레기가 되고 그만둔다고 말할까요?
이 사연을 간단하게 정리를 한 번 해볼까요?
먼저 4주가 지났는데 계속 실수를 한다는 부분부터요.
4주면 적응하는 기간이고, 더군다나 첫 직장이라면 실수를 하는 건 당연해요.
그러나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건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두 번째로 남들은 완벽하게 일하는데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완벽'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에요.
그분들이 세계 최정상 패션 디렉터가 아니라면,
현재 맡은 일을 꽤나 능숙하게 해낼 뿐 완벽하게 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업계 탑급 디렉터들도 모두 완벽하진 않거든요.
세 번째로 1년을 어떻게 버틸지 현타가 온다고 표현을 하죠.
'버틴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한데요,
이러한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버틴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은 사실 일을 취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정말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아요.
흥미롭죠?
사연자도 당장 직업이 없어도 돌아갈 구석이 있는가 봅니다.
그게 가정이든, 벌어놓은 돈이든, 실업급여든지 간에요.
누군가의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의미는 그게 어떤 직업이든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에요.
그리고 내가 받는 돈의 4배를 일터에 돌려줘야 하는 게 기본적인 사회의 룰이에요.
어려운 말로는 공헌이익이라고 하는데, 한번 검색해 보셔도 좋을 거예요.
네 번째로 그만둘지 말지, 쓰레기가 될지 말지 고민이 된다고 하네요.
그만두는 건 그만두는 거지 그게 쓰레기가 되고 말고랑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인성 문제가 아니거든요.
다만 지금의 경험이 나의 경력이 될지 말지를 고민해 보는 건 필요하겠네요.
1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 그건 경력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요.
다른 고용주 입장에서도 좋게 볼 수 없겠죠.
지금 일의 가치를 평가해 보고, 이 경험을 성과 없이 날려도 괜찮은 일이라면 그만두셔도 됩니다.
반대로 이 일이 나의 경력으로 남길 바란다면 최소한 1년은 하는 게 좋겠죠.
어떤 선택을 하든 쓰레기가 된다 그런 건 없습니다.
27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보니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괜히 주눅 들고 그렇겠죠?
그렇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패션 편집숍에 취직한 건 사연자가 정말 잘한 일이에요.
사연자 또래에 누워서 머리로 고민만 하면서
그게 노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저는 그 첫걸음에 아주아주 큰 응원을 드렸어요.
그래도 본인이 겪는 고민과 힘듦은 그대로 남을 거예요.
단지 지금부터 겪을 경험들이 뒤돌아봤을 때 '쓸모없었다'가 아니라,
그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다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길 바라는 격려를 드렸을 뿐입니다.
사연자는 지적받고 말고에 집중하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편집숍에서 일하면서 패션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편집숍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옷과 스타일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첫 직장에서 돈을 받아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자기 자신의 현재에 대한 의미를 잊지 않기를 당부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그 자세를 잊지만 않으면
그 결정에 후회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