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하는 호텔리어 09
나는 20살 때부터 20년 동안 지켜오던 것이 있다.
기본 7cm 이상이 돼야 하는 하이힐과 튀지는 않아도 색은 꼭 입혀야 하는 네일 아트.
이 두 가지는 365일 지켜줘야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고, 하나라도 잊었다 했을 때에는
마치 벌거벗고 대중 앞에 선 기분이다
호텔리어는 이러한 것들을 더 부추기는 직업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세일즈 매니저 시절에는 하이힐과 네일 아트가 무기인 양 장착을 했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기분과 에너지로 근무를 했었다. 나름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아주고 비즈니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아이스 브레이커로 사용하기에는 최적이기도 했다.
나의 하나하나 모든 것들이 상품이 되는 기분이랄까
고백하자면,
사실 첫 달랏 캠핑 때, 겨울로 넘어가는 날씨처럼 온도가 낮다해서 나는 부츠를 신었다. 물론 굽이 있는.
어느 날 그가 물었다, 운동화가 이거 한 켤레인지.
갑자기?
맞다, 내 신발장에는 하이힐을 제외하고는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동생이 사주었던 여름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뿐이었다. 사실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운동화 구매의 기억이 없다.
캠핑을 하면서 최근 나에게는 또 다른 한 켤레의 나이키 커플 운동화가 생겼다.
고르지 않은 캠핑장 땅에 신은 신발들이 불편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 순간에도 약간의 굽은 고집했던 나란..참...
그리고 떠난 우리의 캠핑은 사실 너무 편했다.
굽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자연스럽게 벌거벗은 느낌을 받는 것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캠핑이 아닐까 싶다.
해외생활을 할 때마다 누구나 단골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할 것이다, 그게 맛집이든, 커피숍이든, 미용실이든.
나의 첫 단골 만들기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네일 숍이었다.
거의 10군데 이상은 둘러보고 위치, 가격, 신속성을 따져서 선정한다. 자주 갈 곳이어서 인지, 네일아트 해 주시는 분은 말이 적은 분으로 선호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보다는 내 만족감이 컸던 손톱 색.칠.하.기.
캠핑을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주 급하게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그냥, 이유 없이 그런 순간이 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나의 손톱색깔은
무.
처음으로 벌거벗은 나의 모습은
캠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To be contined
-Chapter-
1. Intro
2. 호텔과 캠핑사이
3. 그가 말했다
4. 버려야 할 것들
5. 노워시 샴푸를 사다
6. Hideout
7. 네 발 달린 텐트
8. 끌림
9. 처음으로 벌거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