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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디스트 Jan 17. 2023

네 발 달린 텐트

캠핑하는 호텔리어 07

여행을 가기 위해 호텔 예약을 할 때 보면, 단칸 객실보다는 스위트에 묵어보고 싶고, 스위트보다는 풀빌라에 묵어 보고 싶은 욕망이 우린 다 있다.


아마도 기념일에 우린 이 욕망을 더 실천하려 할 것이다. 내 생일이니까, 우리 기념일이니까, 허니문이니까..

그리고 풀빌라에 맛을 보고 나면 단칸 객실은 좁디좁은 다락방 느낌이다.


나 또한 이런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숙박하는 고객들은 가끔 무료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드리기도 한다. 그들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주된 이유이지만, 한번 스위트 숙박을 경험하고 나면 다음번에는 처음부터 스위트를 예약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세일즈 & 마케팅 부서장 다운 다소 부끄러운 논리이다.


내가 살고 있는 베트남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남아에서는 풀빌라 호텔들이 많이 있고, 나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일반 객실보다 기본 2배는 더 큰 풀빌라를 경험하고 나니 어느새 여행 준비를 할 때면 나도 검색어에 풀.빌.라.를 치고 있다.




익숙한 곳이다, 여기는 나의 첫 캠핑이 이루어졌던 달랏.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다. 이미 이전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눈치채셨을지도 모르지만, 텐트를 가져오지 않았다. 


차 위에 달고 왔다.


짜잔!


거의 1년 만에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날. 


매달 정기적으로 나에게 유튜브 방송을 보여준 보람이 있다고 느끼겠지?


그의 설득 내용은 다행히도 과장되지 않았었나 보다.

5분이면 텐트 설치가 되었고, 내부 매트리스는 적당한 푹신함에 벽 4면이 모두 뚫려있지만 지붕이 있어서 우중캠핑도 가능해 보였고, 바닥상태를 신경 쓰지 않고 차를 세우는 곳이 곧 우리의 캠핑 장소


와우! 우리가 가지고 있던 텐트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니 이런 퀄리티가!


왠지 몇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캠핑 전문 유투버들과 같은 바운더리 안에 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까지 찐 캠핑러가  된 것 만 같았다.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건가. 캠핑에 대한 불편함 -> 장비 업그레이드 -> 캠핑러




우리 텐트 옆에는 집이 하나 생겼다.

지난번 함께 했던 지인들 또한 모든 게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6명은 거뜬히 잘 수 있을 것 같은 텐트 크기에, 냉장고와 냉동고, 세련된 주방용품은 물론 한국에서 들여온 다양한 전문 캠핑용품들까지. 우리는 텐트하나에 끝났지만 지인들은 하루만 캠핑하면 아까울 정도의 업그레이드 클래스였다.


물론 메뉴와 술도 대폭 업그레이드!


이 분들은 더 하다, 징해






�Glamping Town, Da Lat, Vietnam (구 Ankroet Camp)


2박이 그렇게 지나갔다.

눈 뜨는 아침, 아주 조금만 더 거짓말을 보태면 집인 줄 알았다


습함이 전혀없는 적정한 온도의 편안한 잠자리, 나를 지켜주는 노워시 샴푸.

부족했던 게 있다면, 텐트를 치는 시간이 줄어들어 먹을 시간이 많아져서 더 다양한 디저트와 간식들이 생각났다는 점.


고백하자면

나 이런 캠핑은 왠지 좋아질 거 같다. 장비 발 캠핑러.


To be continued




                                          캠핑하는 호텔리어


                                                                       -Chapter-


1. Intro

2. 호텔과 캠핑사이

3. 그가 말했다

4. 버려야 할 것들

5. 노워시 샴푸를 사다

6. Hideout

7. 네 발 달린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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