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의 나침반이 아니었다.

K-pop demon hunters OST - Free

by 서란아


We can't fix it if we never face it
직면하지 않으면 절대 고칠 수 없어
What if we find a way to escape it?
그렇다면 우리만의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나침반만 있으면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향한 갈급하고 서툰 마음은 쉽게 커졌다.

그 마음 하나면, 진심만 있다면 모든 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정작 그 마음을 다루는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결국 감정에 갇힌 채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누군가를 향한 그 마음만 진실되게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올라간 정상에서 힘껏 내지른 나의 사랑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랑은 더 이상 내게 나침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We could be free, free
우린 자유로워질 수 있어, 진짜 자유롭게
We can't fix it if we never face it
우리가 마주하지 않으면 절대 고칠 수 없어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예전엔 나의 불안함과 외로움,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전부라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돌보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 믿게 되었다.


평소라면 회피하기 급급했던 불안, 외로움, 슬픔, 고통으로 가득 찬 공간에

내면의 거울을 적당한 크기로 뚝딱뚝딱 만들어 걸었다.

이 공간에는 창문이 없어서 거울 속 내 모습이 보일 정도의 빛이 새어 나오는 IKEA 조명도 두었다.

힘들 때 내게 버틸 힘을 주었던 음악을 듣기 위한 작은 BOSS 스피커도 챙겼다.

그날의 생각을 짧게나마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서 Moleskine 노트와 펜을 올려놓았다.


그날 밤부터

나는 공간의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 거울 앞에 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거울 앞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힘든 나날이 많았다.

거울 속 나를 바라보자고 다짐하다가 끝나는 날도 많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긴 봤는데 내 모습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지 못해 좌절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나를 온전히 알아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매일 밤 기꺼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단 1분이라도 나를 마주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요령도 생겼다.

현생에 치여 나 혼자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버거울 때에는

내가 가장 친애하고 사랑하는 몇몇을 만나 나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본다.

그들은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내가 간과했던 나의 긍정적인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한층 다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나를 스스로 가두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환기시켜준다.



What if we find a way to escape it?
그렇다면 우리만의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날, 정상에서 돌아오지 않던 메아리.

나는 오늘도 그 침묵을 기억하며

기꺼이 나를 사랑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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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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