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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PD Aug 26. 2024

나가는 글 – 난 이렇게 썼다

 처음엔 10편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두 편의 글을 완성하고, 초고 상태의 세이브원고 두 편을 더 준비하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누가 읽긴 할까 싶은 의구심을 가지고 글을 올렸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랐다. 개인적인 생각을 써 갈긴 글들을 정독하고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독자들의 에너지를 받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분들의 글을 찾아보고 내가 배울 것은 없는지 생각했다. 한 번 시작한 일,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내 글이 당일 최대 라이킷을 얻었다. 이후 매주 올릴 때마다 최대 호응 글이 되었다. SNS나 블로그 같은 다른 미디어와 연결 없이 오직 브런치를 통해서만 얻은 반응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고마움과 민망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런 글을 써보긴 처음이다.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생각들은 친한 사람들과 대화로 나눠봤을 뿐이다. 그것을 끄집어내서 글로 옮겨본 적은 없다. 그걸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도 당연히 처음이다. 먼저 궁금증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내 주위엔 나보다 훨씬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설익거나 정확하지 않은 생각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이러니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고착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뭐라고 시답지 않은 생각들을 대중에게 공개한단 말인가. 사실, 책을 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출판 경험이 있는 많은 주위사람들이 뭐라도 일단 글을 공개해야 일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해는 됐지만, 한참동안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속의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 해 몇 년이 흘렀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게으르게 느껴졌다. 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시작했다. 마음을 정했다. 내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물건들에 대해 쓰자. 집 안팎에 있는 글감들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40개 남짓의 물건들이 후보에 올랐다. 뭔가 끄적 댈 수 있는 이야기가 얽힌 것들이다. 허무한 단견으로 끝날 만 한 물건들을 하나 둘 제외하고 나니 10편 정도가 추려졌다. 처음 생각했던 시리즈 제목은 다른 것이었다. 너무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는 제목이었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저 내 욕심으로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멋지게 포장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집적댔던 속물근성이 보일 뿐이었다. 제목을 바꾸고 브런치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주에 한 편씩 쓰고 올렸다. 세이브 원고 중 하나를 올리면 반드시 한두 편을 더 썼다. 나름 바쁜 일을 하는 직업이라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초고를 써놓고 일단 그냥 둔다. 그리고 글을 올릴 때 한두 번 퇴고하고 시간에 쫓겨 올리기를 반복했다. 월요일 오전 10시를 마감시한으로 정하고 꼭 지키려 했다. 올린 글을 나중에 다시 보면 오타도 많고 쓰지 않아도 될 문장들이 눈에 거슬려 부끄럽다. 구성도 조금 다듬었으면 더 매끄러웠을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이미 올린 글이니 보이는 오타만 바꾸고 그대로 읽는 분들의 반응을 받기로 했다. 쓴 순서대로 올리진 않았다. 초고 중 직전에 올린 글과 가급적 소재와 주제가 겹치지 않는 것을 골랐다. 다채로운 읽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며 글을 쓰는 것도 조금은 익숙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랑도 받았다. 처음 생각했던 열편에서 ‘이것도 괜찮겠는데?’ 싶은 것들이 하나 둘 늘었다. 독자들의 반응에 힘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도 한계는 오는 법, 새로운 글이 아닌, 혼자만의 세계에서 웅얼대는 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 쓸 때가 온 것이다.


 부끄러운 생각을 보여주는 글들은 일단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면 이것이 독자들을 위한 글인지 나를 위한 글인지 구분하지 못 할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지나 현명한 사람이 되면 다시 이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후보로 간직한 나머지 20여개의 물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하지 못 했다. 짧은 글로 소소한 생각을 나눌지, 아니면 더 숙성시켜 본편을 시작할지 모르겠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 마음이 정해지는 대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당분간은 독자로 남아 내게 관심을 보여준 분들의 글을 읽으며 방향을 잡을까 한다.      


 다시 한 번, 못난 글들에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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