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채로 오늘을 건너는 법

4. 아직 꺼지지 않은 방송

by 잔잔

중학생 때 내 꿈은 분명한 편이었다. 심리상담학과에 진학해서 청소년 상담가가 되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정리해 주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학창 시절의 나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음 한쪽에 쌓아두고 살았다. 그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였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시간이 맞으면 선생님의 차를 타고 함께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이따금 맥도날드에 들러 맥머핀을 사주곤 했다. 종이 포장을 벗길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손끝에 남는 따뜻한 온기, 입안에 천천히 퍼지는 짭짤한 맛. 그 모든 것이 나의 아침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차 안에서는 늘 음악이 흘렀다. 그때의 나는 그 음악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인디 음악에 가까운 곡들이었다. 크게 유명하지 않은 가수들의 음악이었다. 노리플라이, 짙은…. 나 역시 전자사전에 그런 음악을 넣어 다니며 듣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선생님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나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다. 이거 누구 노래네요, 하고. 그러면 선생님은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곡도 알아?라고 묻는 선생님의 옆태를 바라보며, 창문 너머로 기울어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 눈 시리던 그 시간들이 나는 좋았다. 손에는 아직 따뜻한 맥머핀을 들고, 익숙한 음악을 듣고 있던 그 순간들. 그때의 나는 늘 조금 쑥스럽고, 설렜다.

어느 날, 선생님이 말했다.

"라디오 작가 같은 거 해보면 어때? 음악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보니까 잘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였는지, 웃었는지, 예의를 보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붙잡지 못한 채 흘려보냈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라디오를 듣는다. 선생님이 그 말을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을 수도 있고, 잠깐 떠오른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해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때 잠시, 나는 라디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방송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 길로 가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나를 잘 모르겠고,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 들 때도 많다. 방향이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흐릿해진다.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아마 그때의 나는 많이 서툴렀을 것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어떤 선택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는 것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분명한 게 있다. 나는 지금도 음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 나는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멀어진 것도 아닌 채로 말이다. 그렇게라도 머물러 있다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말해주신 것처럼 라디오 작가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고,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꽤 멀리 돌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이유 없이 맥머핀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날의 아침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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