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영도구 신선동 1가 211번지 12통 3반.
내가 기억하는 그 집 주소이다.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지만 꿈에선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살던 그 집. 작은 쪽문이 달린 커다란 나무로 만든 대문이 있던 집. 올망졸망 나무들과 야외 변소와 창고 그리고 작은 우물과 아기 연못이 있던 집.
그 집의 모든 것들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진다. 그곳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그 자리에 존재했고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내 마음이 거주하던 그 집에서 찡그린 얼굴로 빨간 재킷에 곤색 치마를 입고 무릎에 구멍이 난 하얀 스타킹을 신은 나를 만났다. 5학년때 바닷가로 소풍 갔을 때의 복장이다.
손에는 요구르트 병이 들려 있는데 그 안에는 콩만큼 작은 아기 게들이 서너 마리 들어있다. 다른 아이들이 보물 찾기를 하러 뛰어다닐 때 나는 바위틈을 기어 다니는 귀여운 꼬마 게들이 너무 신기해서 대충 들고 있던 요구르트 병에다 바닷물을 담아서 같이 넣어 두었다. 자꾸만 기어 나오는 그것들을 쑤셔 넣으며 집까지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 병을 든 5학년 여자아이. 자꾸만 그 아이가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난 그 아이가 보여도 그냥 외면해 버렸다. 왜 그런 표정인지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묻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었다. 여전한 표정으로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자주 오겠다고 인사하고 떠나왔다.
처음엔 아이를 만날 때마다 슬퍼지고 눈물이 났다. 혼자 있을 아이가 안쓰러웠다. 지금은 아이를 만나도 슬프지 않다. 가끔 가보면 아이는 사랑하던 강아지를 데리고 있다. 강아지와 함께 있는 아이는 훨씬 편안한 표정이 된다. 나아진 모습에 안도한다. 떠날 때 인사를 하니 아이가 살짝 웃어 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붕어빵을 유난히 좋아하던 게 생각나서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모퉁이 붕어빵 아줌마네를 들렀다. 아줌마는 한쪽 눈에 문제가 있어 눈동자가 하얗게 보였다. 무서웠던 그 아줌마도 이젠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사십 대 초반쯤? 붕어빵 3개에 십원. 한 봉지 사들고 가서 건네주니 맛있게 잘도 먹는다. 이젠 가야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입은 붕어빵을 씹으며 손을 흔든다. 대문아래 쪽문으로 허리를 숙이며 나오느라 정수리를 부딪힌다.
그날 이후론 아이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을걸 알기 때문에. 또 가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 집 대문을 응시하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