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목구멍이 걸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왼쪽 휴대전화 통신사를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날마다 만차인 곳에 이가 빠진 듯 주차 자리 하나가 비어있다.
주차장 옆에 작은 식료품점 앞에는 사과나 딸기, 시금치, 방풍나물, 무, 대파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그날의 생선을 팔기도 했는데. 봄이 올까말까 고민하는 계절이라 고등어, 동태, 오징어, 갈치들이 번갈아가면서 나무 상자나 스티로폼 박스째 가게 유리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날은 들어가는 길에 두부 한모와 꽈리고추 반 근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 입구 앞에 나란히 누워있는 자반고등어의 탁한 눈을 보았다. 자반고등어로 할 수 있는 음식을 떠올렸다. 꽈리고추를 넣은 자반고등어 찜이 모락모락 떠올랐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서 고등어의 가격을 물었다. 한 손에 칠천 원. 나는 두부에 꽈리고추에 봄동에 자반고등어를 샀다. 아주머니가 대가리를 자르고 토막을 쳐서 내밀었다. 가게 밖에서는 얇은 패딩을 입은 할머니들이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셈을 치르고 나니 덜컥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찜은 두고두고 먹을 수도 없는데. 나에게 자반고등어 한 손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비닐봉지를 손가락에 걸고 걸으면서 후회를 했다. 잘린 고등어를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축 쳐진 비닐봉지 그 안에서 나는 비린내가 거추장스러웠다.
집으로 들어서서 싱크대에 비닐봉지를 던져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일단 꽈리고추의 꼭지를 따고 씻어서 양념그릇에 잘라 넣었다.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간장과 고춧가루 청주와 설탕, 참기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비닐봉지를 뒤집어 고등어를 개수대에 쏟았다. 비린내가 개수대에 꽉 찼다. 머리와 꼬리가 없는 고등어의 몸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고등어를 씻어 넣었다. 약간의 물과 꽈리고추가 든 양념장을 부었다. 가스불을 켜자. 조림이 바글바글 끓으면서 집안에 간장 양념 냄새가 진동을 했다. 4인가족의 저녁식탁이 그려졌다. 엄마, 아빠, 딸, 아들이 먹을 수 있는 한 끼의 식사가 졸여지고 있었다. 무는 살캉살캉 익어가고 고등어조림의 짭짤한 냄새가 집안을 채웠다.
30분쯤 지나 고등어 한 조각을 접시에 덜어내면서 가족들을 떠올렸다. 두 사람이 먹기에도 많은 고등어 조각. 오롯이 나를 위한 밥상. 나의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가족들과 안온한 저녁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이 맛있는 음식은 오롯이 나를 위해 있다. 다른 가족에게 억지로 끼워 맞춰지는 내가 아니라 나로서 나를 위해 이 음식을 먹어야겠다. 먹다 먹다 질리면 안 먹으면 그만. 자기 위안이 되는 사치.
자반고등어의 한 손이 두 개인 이유에 대해, 오래된 가족들에 대해 꼽씹어 본다.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 먹으면서, 짭짤하고 향긋한 맛에 대해 말해줄 이가 없는 나만의 세상에서 고등어 한 손을 습관처럼 사는 나의 버릇.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아 캑캑거리다가 된밥을 씹지 않고 삼킨다. 가시가 빠져나간 것 같기도. 아직 그대로 인 것 같기도 하다. 목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가시는 목구멍이 아니라 가슴에 박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