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언덕에 차를 세워두었다. 운전자 좌석에 앉아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것을 똑바로 하려고 애를 쓴다. 뒤가 아니라 앞을 보려고 애를 썼다.
벚꽃 터널이 흐드러진 천변 옆 보도에는 꽃이 절반도 피어 있지 않았다. 가지마다 봉우리가 뾰족하게 나와있었다. 날이 며칠간 쌀쌀했다. 연한 분홍색 꽃잎이 만개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고동색 나무줄기에서 서둘러 핀 꽃들이 파르르 파르르 떨었다. 꽃이 피는 시간을 인간이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반은 내일, 또 모래, 글피, 순서대로 피고 질 것이다.
벚나무 사이로 조팝나무 꽃이 탐스런 쌀알같이 피어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 환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모든 꽃 앞에서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꽃은 사람을 웃게 했다.
우리는 벚꽃나무를 한그루 두 그루 지나쳤다. 만개하지 않은 꽃이 더 많은 꽃을 볼 날을 기다리게 했다.
벚나무 거리 밑 하천에 천둥오리 네 마리가 고개를 물속에 넣었다가 물에 떠내려온 풀씨와 곤충을 건져 올려 먹었다. 바람에 날려 온 벚꽃 잎이 하천에 둥둥 떠다녔다.
벚나무 거리 끝자락에 만개한 목련 꽃잎이 떨어져, 갈색으로 변해갔다. 희고 탐스러운 꽃 사이 꽃잎 속에 숨어있던 암술이 드러났다. 애벌레의 몸통 같은 암술이 목련 열매를 품고 있었다.
하천의 물결을 만드는 바람이 벚꽃, 목련꽃, 조팝나무꽃, 꽃들 사이로 불어와 꽃냄새를 뒤섞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양지바른 곳에서 하루살이 수십 마리, 수백 마리가 짝짓기를 위해 모여들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