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골목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 빌라 건물에서 쓰레기봉지를 든 여자가 나왔다. 원피스잠옷 차림에 점퍼를 입고 오른손으로는 배를 받치고 있었다. 여자의 왼손에는 20리터 쓰레기봉기가 들려 있었다.
빌라 입구마다 종량제봉투와 재활용 쓰레기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여자는 쓰레기를 모아놓은 곳에 기우뚱거리는 쓰레기봉지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배를 받쳤다. 하나로 묶은 머리는 앞머리 쪽부터 희끗희끗하게 세 있었다.
골목의 중앙으로 배를 받치고 걸음을 옮기는 여자. 세 치수는 커 보이는 슬리퍼 밖으로 발가락이 튀어나왔다. 서둘러 나온 듯 보이는 여자는 편의점 쪽으로 걸었다. 태평양에 떠 있는 부표처럼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여자의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자는 출산이 임박한 것처럼 아랫배가 불룩했다.
엄마의 배는 날이 갈수록 부풀어 올랐다. 더는 커질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도 커져갔다. 뱃속에는 두 명의 남자아이가 거꾸로 누워 있었다. 어느 날은 엄마의 뱃가죽에 발모양이 선명하게 찍혔다. 양을 잡아먹은 늑대처럼 배가 곧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때쯤 엄마는 아이를 낳으러 갔다.
며칠 뒤, 평일 날 아침 아빠는 우리 세 자매를 차에 태웠다. 동생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강보에 싸여 있었다. 얼굴이 빨갛고 쭈글거렸다. 연고를 발라놓은 눈을 반쯤 뜨자 눈알이 새까맣다 간호사들이 똑같이 생긴 두 아이를 좌우로 연신 흔들었다. 작은 입술이 젖병을 빠는 것처럼 혀를 차올렸다.
외계인 같다.
쌍둥이 동생의 첫인상이었다.
여자는 편의점에서 두부 한모를 사서 나왔다. 저녁으로 찌개나 국을 끓일지도 모르겠다. 여자가 받치고 있는 배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내가 한숨이 나왔다. 30년 전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따뜻한 한 끼를 여자가 맛있게 먹었으면 하고. 보들보들한 두부가 입안을 부드럽게 채워주었으면 하고. 여자의 부운 다리를 주물러줄 사람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고. 빌라 입구를 지나치는 여자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