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OKUP"과 "메일머지"를 찾아...

다 해보고 싶어 4편

by 예일맨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실무 엑셀”

“내게 꼭 필요한 엑셀꿀팁과 엑셀함수”

“한글&엑셀&파워포인트 무작정 따라 하기”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한글 2018”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아도 눈에 확 들어온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SOP)」, 「2011~2012 구제역 백서」,... 이런 류의 재미없어 보이는 시커먼 책들 속에서 톡톡 튀는 글씨체와 화려한 색감을 가진 책. 읽기만 하면 당장에라도 전문가가 되게 해 줄 것 같은 제목의 책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엑셀, 한글(또는 워드), 파워포인트. 2009년 공중방역수의사로 처음 강원도에서 일할 때부터 14년이 흐른 2023년 현재까지도 업무용으로 자주 쓰는 프로그램은 이 세 가지가 거의 전부이다. 그 외에 생각나는 것은 그림판이나 Ezpdf와 같은 pdf 파일 편집 프로그램 정도이다.


고로 이 세 가지 프로그램만 어느 정도 다룰 줄 알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큰 불편이 없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면 이들 프로그램만 잘 다루면 업무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원하는 것만 뽑아 쓰기 아주 편리한 '엑셀'만 잘해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책장에는 여전히 그런 책들이 꽂혀있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만 열어봐도 그들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와 강의를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 경기도청 각 층을 돌며 수거하면 몇 박스는 족히 나올 것이다(버전이 한참 지나서 창고 한 귀퉁이에 꽂혀있는 것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면 자료를 작성해서 내달라는 식의 메일을 정말 많이 받게 된다. 예산 집행, 추경, 업무 처리 현황, 기타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쓸 수도 없다. 메일을 보내는 담당자는 취합한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계산하고, 정리하고, 활용하기 위해 엑셀 파일을 만들고 수식(함수)을 걸어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이 그 수식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엑셀이 알아서 해주는데 굳이 본인이 계산한 틀린 답을 수식이 들어가 있는 셀에 써넣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담당자는 엑셀파일에 “작성요령”을 붉은색으로 크게 적어놓는다.


“수식이 입력되어있지 않은 노란색 셀에만 입력할 것”


자료 취합을 위한 이런 엑셀 파일 말고도 이름난 엑셀 고수가 수작업으로 고생하는 엑셀 평민들을 위해 친히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전설의 파일도 여럿 있다. 시험소에서 일할 때 팀 서무가 잠시 자리를 비워 출장비 지급 업무를 대신 맡아서 할 때 그 파일 중 하나를 만나게 된 적이 있다.


출장비를 지급하기 위해서 서무는 출장일자, 장소, 출장자 등 내용은 비슷하지만 형식이 약간 다른 증빙서류를 몇 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문서 형식이 달라 여러 번 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 넣어야 하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엑셀 고수는 정보를 한 번만 입력하면 여러 형식으로 바로 출력이 되도록 엑셀파일을 만들어서 시험소 전체에 공유하였고 그 뒤로 서무들은 행복하게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나는 컴퓨터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업무용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서 작성 프로그램인 한글도 십 년을 넘게 매일같이 사용했는데도 잘하는 편은 아니다. 여러 단축키를 현란하게 사용하며 엄청난 속도로 ‘과장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은’ 문서를 만들어내는 분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글도 그러니 엑셀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게 되었지만 그토록 유용한 “피벗 테이블”도 사용할 줄 몰랐다. 한 번은 산란계 농장에 관한 데이터를 지역과 사육 규모에 따라 분류해서 간단히 요약하는 통계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피벗테이블 기능을 모르니 일일이 필터를 해가면서 하나하나 숫자를 세느라 진땀을 뺀 일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숫자를 맞춘 것도 참 용하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북부동물위생시험소 축산물성분분석팀에서 일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당시 축산물가공품 의뢰검사 업무를 총괄하는 담당자였다. 업체는 자신이 만든 축산물가공품이 법으로 정하는 규격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공인기관인 시험소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의뢰한다.


나는 의뢰된 검사에 관한 모든 정보(제품명, 업체, 의뢰한 날짜, 민원 처리기한, 검사항목 등)를 엑셀파일에 기록했다. 일부 한정된 업체에서 매우 규칙적으로 같은 제품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수기로 입력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예전 내용을 “Ctrl+C”와 “Ctrl+V”를 사용하여 그대로 복붙 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그래봐야 서 너 달이었지만) 그것도 귀찮아졌다.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쓰고 복사해서 붙이지 않고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찾아보고 싶었다. 생각하던 중 전에 보았던 엑셀파일이 떠올랐다. 복잡한 함수들이 들어있어서 혹시나 잘못 건드릴까 조마조마했던 그 파일.


감사하게도 파일을 열어보니 내가 원하는 그 기능이 그곳에 있었다. 신통방통하게 한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그 정보에 연결된 다른 정보들이 자동적으로 따라와 입력되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한 가지의 함수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VLOOKUP”


나는 엑셀의 이 기능을 이용해서 제품명만 입력하면 제조사, 검사항목 등 관련된 다른 정보가 그대로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내가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일도 더 빨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내친김에 한 가지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검사성적서였다. 의뢰검사가 마무리되면 이것을 만들어서 검사의뢰인에게 보내줘야 하는데 엑셀파일도 아니고 한글파일로 되어있었다. 기존의 성적서를 저장해 놓고 고치는 방식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수기로 적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날짜는 중요한 부분인데 항상 달라지는 항목이니 매번 수정해야 했고 여기서 오타도 많이 발생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이것도 역시 길이 있었다. 바로 한글의 메일머지 기능이다. 검사성적서의 제품명, 검사 완료일자, 검사항목 등 달라져야 하는 항목에 “메일 머지 표시 달기”를 하고 엑셀파일과 연결하여 메일 머지를 만들면 각각의 정보가 들어간 검사성적서가 만들어진다(내용이 동일한 상장에 이름만 다르게 하여 일괄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내가 만들어놓고 나온 그 파일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컴맹에 가까웠던 나에게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자신의 노력과 도전을 통해 나아지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면 그것만큼 기쁜 것도 없는 것 같다.


매일 그런 기쁨을 누리고 살고 싶다.


찾아보자!

또 다른 “VLOOKUP”과 “메일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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