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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21. 2023

4. 첫 해외 비행기(記)

이스라엘 견문록

1) 비행 일정

드디어 2008년 2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쯤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을 향하여 날아갔다. 사촌 누님의 매형이 공항 은행에서 근무를 하신다는 난데없는 소식으로 처음 인사를 나눴다. 처음 만난 매형은 여행 잘 하라며 용돈을 챙겨 주셨다. 내 첫 해외여행의 시작이 좋았다. 내내 좋았으면...     


인천 출발:  23, 토 14시(한) / 토 08시(튀)

이스탄불 도착: 23, 토 18시(튀) / 24, 일 0시(한)

이스탄불 출발: 23, 토 22시(튀) / 24, 일 04시(한) 

텔아비브 도착: 24, 일 01시(이) / 24, 일 06시(한)

예루살렘 비치 도착: 24, 일 07시(이) / 24, 일 07시(한)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까지는 대략 10시간 걸린다. 시차는 6시간 느리다.  시차로 인해 10시간 비행을 4시간 만에 가는 놀라운 효과를 본다.  이스탄불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공항 안을 돌아다녔다. 인천 공항만큼 볼만한 건 없었다. 해외 나오니 인천 공항도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커피숍 옆 벤치에 앉아서 긴 고민에 빠졌다.


2) 첫 번째 'Hello?'   

‘아, 드디어 외국에 나왔는데 말이라도 해봐야겠지?’

‘누구 없나?’

‘혹시 나처럼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딱 좋은데.’

‘만나면 무슨 말을 하지?’

‘물이나 커피를 사 주는 게 좋겠다.’

'Can I buy a drink?' 

- 이건 술 사 준다는 얘기던가?

그럼, 

'What would you like to drink?' 

- 이건 웨이터가 손님에게 하는 말인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네' 이러는 중에 한 중년의 긴 코트를 입은 여성이 내가 앉은 벤치 끝에 앉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건넬까 혼자 속으로 1시간은 족히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여자분이 가면 어떡하나 싶어서 결국 같은 벤치에 앉은 지 1시간 만에 떨리는 심장을 누르며,

-Hello!

해 버렸다. 금세 저쪽에서,

- Hi, how are you?     


오호, 아는 말이 나왔다.

‘I am fine, thank you. And you?' 

- 이 [수학의 정석] 같은 답변!     


-My name is Yosef. I'm from Korea.     


-My name is Nana. I'm from Georgia.     


'조지아?‘

그게 무슨 나라지?      

언뜻 떠오르는 이름이 그루지아였다. 그루지아가 조지아인가 보다.

찾아보니 흑해의 동쪽에 위치해 있고, 북부에 러시아, 동부에 아제르바이잔, 남동부에 아르메니아, 남부에 터키가 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조지아는 러시아식 발음 ‘그루지아’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에 ‘조지아’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조지아 내(內) 친러 세력 때문에 내전 중인 조지아인(人) 나나, 아이 둘은 전쟁 때문에 미국으로 피신을 시켰고, 자기는 남편이 있는 조지아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명함을 받았는데, 조지아 곰 보호단체 NGO의 대표였다. 


해외여행 첫 만남을 가진 사람이 여러 복잡한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후에 이스라엘에서 친하게 지내게 된 남수단 친구 역시 내전으로 망명 중이었다. 다행히 2022년에 내전이 끝났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온 내전!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해외에 나오면 전부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사실,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에 내전을 치르고 수백만 명의 희생과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분야에서의 초토화를 겪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난 이미 그 시기가 지나 태어난 세대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현실감이 없었다. 군 복무를 의무로 해야 하고, 그리고 북이 가끔씩 도발을 하긴 하지만,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 내 아픔에만, 내 문제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이거늘, 남에게 관심이 없이 살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첫 해외여행은 이렇게 나 중심의 세상에서 벗어나 남의 세상에 들어가는 여행이 된 것이다.   

   

-I want to buy you a cup of coffee. Is this okay?     

-Thank you.     


이스탄불 공항에서 4시간만 있다가 갈 거라 커피를 사기 위해 굳이 환전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카드로 계산했다.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두려움의 장벽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7년 뒤인 2015년에 내게 이메일이 왔는데, 이 메일을 나는 8년 뒤인 2023년에야 확인했다. 위급한 듯한 짧은 한 줄의 메일,      

-'Please I need a great favor from you. Please reply as soon as you get this mail.'     

너무 늦게 열어봤다, 곧 답장은 했지만. 무사하기를 빈다.     


3) 두 번째 Hello?

시간이 되어 각자 갈 길로 헤어지고 난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내 옆자리에는 갈색 긴 머리의 20대 초중반의 여성이 앉았다. 자리에 앉을 때, 이미 자신감이 붙은 나는 먼저 ‘Hello!' 했다.      

한국 사람인 듯한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한다.     


가는 내내 어쩔 수 없이 우리말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영어 연습할 기회를 잃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히브리어를 배울 기회로 삼았다. 연세어학당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나이가 20대 중반. 내 나이를 물어보더니,     

-오빠네요.     

‘헐’

외국인 여자에게서 ‘오빠’라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참 설레더라.     

-한국 남자들은 ‘오빠’라고 하면 되게 좋아들 해요.

-공부할 때 주위에 같이 어울린 한국 오빠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싫어할 이유가 있나? 암만 생각해 봐도 그럴 이유는 없다.     

어쨌든, 가는 동안 나는 히브리어 교습(?)을 받았다. 알파벳 처음부터 끝까지 발음을 수십 번 교정을 받았고, 숫자도 배웠다. 텔아비브에 도착하여 내리기 전에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혹시, 하이파에 올 일이 있을 때 연락하라고. 몇 달 후에 정말로 하이파에 놀러 가서 이 친구 집에서 숙식하며 여행을 다녔다. 언제 어디서나 만남은 중요하다. 훗날 내가 도와줄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꼭 지금 만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길 바란다.      

텔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0분, 버스나 기차는 다 끊겼다. 이스라엘은 2월이지만 선선한 날씨여서 그런대로 공항에서 밤을 새우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침 6시쯤 키부츠 프로그램 센터(Kibbutz Volunteers Program Center)로 가는 버스를 탔다. 대략 30분 정도 소요됐다. 키부츠센터가 문을 열기에 이른 시각이다. 텔아비브 해변으로, 지중해 바다로 걸어갔다.      


4) 내 생애 첫 지중해

‘야, 지중해다!’     

지중해. 처음 와 봤지만, 이름만 들어도 뭔가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중해 수온은 겨울에도 따뜻하기 때문에 연중 사람들이 붐빈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몇 명 없었다. 지중해에 발을 담그며 제일 먼저 애국가를 오카리나로 연주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아, 이 애국심!     

그리고 Amazing Grace를 연주하고, 또 이스라엘 국가를 연주했다. 이스라엘 국가는 장엄하면서 슬프다. 나중에 여러 이스라엘 곡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음악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떤 곡들은 우리나라 트로트 같다. 이스라엘 국가는 아무 데서나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이스라엘 친구가 나중에 알려줬다. 이 말은 가볍게 불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겠지. 당연히 우리나라 애국가 역시 가벼이 불러서는 안 되겠다.


자, 여기까지 잘 왔다. 이제 키부츠센터(KPC)로 가 볼까.

배가 슬슬 고파와서 KPC로 가는 길에 편의점 같은 곳에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서 먹고, 로또가 눈에 띄길래 한 번 긁어봤다. 당첨됐는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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