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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19. 2023

3. 출국하기 전에 준비한 것

이스라엘 견문록

출국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준비한 것은 세 가지인데 크게 보면 하나다. ‘언어’라는 도구!

: 히브리어, 영어 그리고 음악이라는 언어


1) 히브리어

어느 한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언어를 전혀 모르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도 외국인이 떠듬거리며 하는 ‘안녕하세요’를 반갑게 듣고 대견스러워하면서 더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말이다.     


히브리어는 한 번도 배워본 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성경이 히브리어로 쓰였으니 성경의 제일 첫 문장을 원어로 배워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베레시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하샤임 베에트 하아레츠’


이 문장은 7개의 구로 구성되었으니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읽어가면 제대로 읽은 것이다. 물론 밑의 우리말로 적은 발음은 왼쪽부터 읽어주셔라.

굳이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직독 직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한 나라의 언어에서 알아야 할 필수 내용은,

- 알파벳

- ‘예 / 아니요’ : ken[켄] / lo[로]

- 감사합니다 : toda[토다]

- 안녕하세요 : ma shlome cha[마쉴롬카] 또는 shalome[샬롬]

- 천만에요 : bebakasha[베바카샤]

- 그리고 숫자다. 

  1 - 에카드[echad] / 아카트[achat]

  2 - 슈나임[shnayim] / 슈타임[shtayim]

  3 - 슐로샤[shlosha] / 샬로쉬[shalosh]

  4 - 아르바아[arba'a] / 아르바[arba]

  5 - 카미샤[chamisha] / 카메쉬[chamesh]

  6 - 쉬샤[shisha] / 세쉬[shesh]

  7 - 쉬바[shiv'a] / 쉐바[sheva']

  8 - 슈모나[shmona] / 슈모네[shmone]

  9 - 티샤[tish'a] / 테샤[tesh'a]

 10 - 아사라['assara] / 에세르['eser]


사실, 숫자는 터키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이스라엘 친구에게 배웠다. 지금에 와서 정리하면서 단어들을 찾아보니 전부, 위에서 보면 오른쪽 단어를 배운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히브리어는 언어에 남성과 여성이 있다. 위의 슬래시 왼쪽이 남성, 오른쪽이 여성이다. 

숫자의 경우에는 돈을 세거나, 남성 명사와 함께 쓰일 때엔 남성 어휘로, 일반적으로 숫자를 셀 때와 여성 명사와 함께 쓰일 때에는 여성 어휘를 쓴다.


참고로, 성별이 있는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라틴어, 프랑스어, 아랍어, 힌디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어등 많이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숫자는 물건 살 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숫자만 알아도 말 잘하는 줄 안다. 흥정에서 돈 떼일 일이 적어진다. 숫자는 필수다!     


2) 영어

이스라엘의 공식어는 히브리어와 아랍어다. 그리고 공용어로 영어를 쓴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히브리어를 몰라도 영어만 잘하면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아랍인들과는 특히 나이 드신 분들과는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문제는 내 영어실력이다. 이때까지 외국인과 대화해 본 적이 몇 번이 있었을까. 대학생 시절, 교양과목으로 영어를 들었을 때의 원어민 교수와 한두 번, 프랑스어를 전공했기에 원어민 교수가 계셨으나 그는 결코 영어를 쓰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말을 무지 잘했다. 


중·고등학교시절의 영어 점수야 언제나 잘 받았지만, 회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골라서 반복해서 보고 또 보고, 대사를 외워 따라 했다. 내가 맞닥뜨릴 상황들이 있는 내용들 위주로... 내가 가장 많이 보고 좋아했던 영화는 우리말로 ‘사랑의 블랙홀’이고 원제목은 ‘Groundhog day'다. 거짓말 안 보태고 100번 이상 봤다. 이 영화는 못된 기상 캐스터가 특정한 날 하루에 갇혀서 수년을 보내면서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내용으로 영화 자체가 반복되기 때문에 굳이 뒤로 돌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준비물로 영어단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휴대폰을 챙겼다.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더불어 번역기가 있으니 정말 필요한 의사소통은 내가 입에 대고 말하고 상대방에게 들려주면 되니 큰 문제는 없겠다. 다만, 보다 깊은 만남을 갖고자 한다면 언어는 연마해야 할 것이다.      


3) 오카리나

음악은 만국 공통어가 아닌가. 내 인상이 그리 선해 보이지 않아서 살인적인 미소로도 비자 6개월을 받지 못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선해 보이지 않던가!’ 

아! 위험한 생각이지만 선한 첫인상을 주기에는 음악만 한 것이 없다.     


기타를 조금 다룰 줄 아는 나는 조그만 기타를 가져갈까 생각해 봤지만, 이내 기타는 접었다.  짐이 될 것 같고, 줄이 끊어지거나 줄감개가 고장 나면 버리게 될 것 같아서 대타로 생각한 것이 오카리나였다. 사실 오카리나는 그전까지 만져본 적이 없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운지법을 열심히 익혔다. 리코더랑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금방 익숙해졌다. 들어간 노력과 비용에 비해 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런 아이템이야말로 가성비의 탑이지 않을까. 나중에 이 오카리나는 실로 위대한 활약들을 많이 해냈다.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족과 즉흥 콜라보로 그 사람의 연주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그에게 ‘아리랑’을 가르쳐 주어서 즉석 합주도 했다.      


나중에 이 오카리나 덕분에 특별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두둥!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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